그냥, 느껴보자


그날도, 어김없이

마음이 복잡했다.


별 일 아닌 것처럼 보였을 텐데

왠지 모르게 하루 종일 뭔가 걸려 있었다.

기분이 꾹 눌린 듯하고,

사람 말에 괜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왜 이렇게 별 것도 아닌 일에 예민하게 굴지…’

‘내가 너무 유난인가…’

‘이렇게까지 힘들 이유가 있었나?’


생각은 계속 나를 몰아붙였다.

기분보다 먼저,

판단이 앞섰다.


그러다 문득,

상담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감정은 판단하지 말고, 그냥 느껴주세요.”


그게 무슨 말인지

그땐 잘 몰랐는데,

그날 처음으로

그 말을 곱씹어보게 됐다.


그래서 처음으로

아무 말 없이 앉아서

내 기분을 그대로 느껴보기로 했다.


그냥,

아무 평가 없이.

‘왜’도 묻지 않고.

‘이러면 안 돼’도 말하지 않고.

그냥, 그런 나로 가만히 있어보기.


조금 낯설었고,

처음엔 잘 안 됐다.


습관처럼

“너 왜 그래”

“그만 좀 해”

“이제 그만 잊어”

그런 말들이 튀어나왔지만,


그럴 때마다

살짝 눈을 감고

손바닥을 한번 꽉 쥐었다 펴면서

마음을 다독였다.


“그래. 그냥, 이 기분이 있구나.

그냥 있네.

조금 무겁고, 좀 서운하고,

왠지 슬픈 것도 같고…

그런 기분이 있네.”


그렇게 가만히 인식만 해주니

이상하게도

감정이 조금 가라앉았다.

꼭 ‘어디로 사라졌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내가 ‘그걸 안아줬다’는 느낌.


그 이후로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조금 멈추게 됐다.


기분이 나쁠 때,

예전엔 바로

“내가 이상한가?

왜 이렇게 또 민감하지?”

이렇게 반응했지만,


요즘은 가끔 이렇게 말한다.


“그래, 또 왔구나.

잠깐 앉아 있어 봐.”


감정을 손님처럼 대하니까

덜 무서워졌다.


감정은 무조건 사라져야 할 대상이 아니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아니고,

때로는 그냥

그 자리에 있도록 두면 되는 거였다.


울컥하는 감정,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

말할 수 없는 짜증까지도.

그저

‘있다’ 고만 인식해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정은 조금씩 조용해졌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오늘도

사실 뭔가 마음 한편이 묵직했다.

그래서 일부러

카페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살짝 귀를 기울여보았다.


느린 템포의 재즈 피아노.

커피 향기.

그리고

지금 이 감정.


내 안의 감정은

이렇게 존재하고 있었다.


그걸 판단하지 않고

그냥 느껴주는 순간,

조금은

괜찮아졌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내일은 ‘내 감정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회복은 시작된다’라는 제목으로, 감정과 회복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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