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무언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 속에서 살아왔다.
별일 아닌데도, 괜히 내 탓 같고,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곤 했다.
누군가 화가 난 얼굴을 하고 있으면, 그 이유가 설령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도, 속으로는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부터 떠올랐다.
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았는데도, 나는 스스로를 탓하고 있었다.
그 감정은 아주 오래전부터 몸에 배어 있었다.
어릴 적부터 작은 실수 하나에도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들었고, 누군가 아프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따라왔다.
어쩌면 그 순간부터 나는 내 안에 감옥을 하나 짓고,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둬두었던 것 같다.
죄책감이라는 감옥은 이상하게도 문이 열려 있어도 나올 수 없게 만든다.
이미 죄수가 되어버린 마음은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행복한 순간에도 마음 한쪽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네가 행복할 자격이 있니?”
웃으면서도 괜히 미안해지고, 즐거운 일 앞에서도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런데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건, 그 죄책감의 상당 부분은 사실 근거 없는 것이었다는 거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그냥 그 상황에서 아이였던 내가 감당할 수 없었던 감정들을 대신 짊어졌던 거였다.
부모의 불화, 가족의 아픔, 어른들의 무심한 말.
아이였던 나는 그걸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 결국 다 내 잘못이라고 결론 내리고 말았던 거다.
그걸 알게 되자, 조금씩 감옥의 벽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건 아니다.
여전히 어떤 순간에는 괜히 내 탓 같고, 이유 없는 미안함이 올라온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목소리에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그때 나는 너무 어렸고, 충분히 잘하고 있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과정을 내적 작업이라고 부른다.
내 안에 자리 잡은 잘못된 믿음, 오랜 죄책감을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보고, 진짜 주인을 찾아 돌려주는 일이다.
그 작업은 쉽지 않지만, 분명히 해방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안다.
죄책감은 나를 지키는 방법이 아니었다.
그건 오히려 나를 가두는 감옥이었다.
그리고 그 감옥의 문은 애초에 열려 있었다는 것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는 그 문을 나와 걷고 있다.
미안함 대신 책임을, 죄책감 대신 자유를 배우면서.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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