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때 그 말은 정말 별일 아니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였고,
누구도 그걸 오래 기억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말이 마음에 남아,
자꾸만 다시 떠오르고,
밤에 누워 뒤척이는 이유는 뭘까.
"왜 그랬을까."
"그때 그러지 말 걸."
"괜히 내 탓인 것 같아."
그 문장들은
이미 지나간 일을 붙잡고
계속해서 마음 안에서 커지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아주 작은 실수가
커다란 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들었던 말이 있다.
"남에게 피해 주지 마라."
"착한 아이가 돼야 해."
"네가 조심했어야지."
그 말들이 반복되다 보면
조심이 습관이 되고,
조심이 지나쳐 자기 비난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사소한 잘못에도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괜찮다고 해도
나는 자꾸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되돌리게 되고,
누가 상처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으로
계속 나를 죄인처럼 몰아간다.
죄책감은 반드시 나쁜 감정이 아니다.
잘못을 인식하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건강한 정서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죄책감이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고착화될 때' 생긴다.
그럴 땐
실수보다도
'실수한 나' 전체를 부정하게 된다.
그래서 자꾸 움츠러들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조심스러워지고,
어떤 말이나 행동도 쉽사리 나올 수 없게 된다.
상담실에서도 자주 만난다.
"그때 제가 너무 잘못한 것 같아요."
"그냥 아무 일도 아닌데 자꾸 제 탓 같아요."
그러나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보면
그 잘못은 대부분
혼자서 너무 크게 키워온 상상 속 그림자에 불과하다.
누구도 탓하지 않았고,
누구도 기억하지 않았던 일인데도,
그 안에서만큼은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죄책감에 빠졌을 땐
먼저 그 감정이
내가 지금 내 안에 있는 과거의 기준에 부딪히고 있다는 신호라는 걸 알아차리는 게 필요하다.
‘정말 그렇게까지 잘못한 걸까?’
‘내가 나를 너무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건 아닐까?’
때로는 이런 질문들이
그 무거운 마음에 작은 숨구멍을 만들어준다.
우리는 모두 실수를 한다.
그리고 그 실수는,
반성으로 이어질 수는 있어도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되어선 안 된다.
“사소한 잘못이 거대한 산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건 내가 너무 착하게 살았다는 반증일지도 모릅니다.”
그 말을 어느 내담자에게 들려주자
그는 울듯 웃으며 말했다.
"그런 말, 처음 들어봐요.
그냥…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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