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그랬다.
조금이라도 말이 어긋나면
"내가 말을 잘못했나?"
"혹시 기분 상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누군가 표정이 조금만 달라져도
나 때문인가 싶어 눈치를 보고,
메시지 답이 늦어지면
또 나 혼자만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키웠다.
이쯤 되면 너무 예민한 거 아닐까 싶다가도,
‘혹시 진짜 내가 뭘 잘못한 건 아닐까?’
끝없는 자책으로 마음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그렇게 살았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먼저 살피고,
상대의 반응을 내가 다 짊어졌다.
어떤 관계든 나만 더 많이 신경 쓰는 기분.
무언가 불편한 일이 생기면
늘 내 탓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상담실에서 조심스럽게 꺼낸 말에
선생님이 말했다.
"그건… 정말 당신의 잘못일까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 질문을 누군가 내게 해준 건 처음이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될 일까지
짊어지고 살아왔다.
부모가 늘 불안정했던 것도,
친구가 감정을 함부로 던졌던 것도,
회사에서 누군가 나에게 무례했던 것도.
그 모든 것을
‘내가 더 잘했더라면 달라졌을까?’ 하며
자책하고 있었던 거다.
그렇지만 그건 내가 만든 잘못이 아니었다.
단지 그 상황 속에 있었을 뿐이고,
누군가의 부족한 말과 행동이
내 탓이 아닌데도
나는 죄의식처럼 껴안고 있었다.
‘내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
처음엔 너무 낯설고 조심스러운 생각이었다.
그걸 인정하면
무책임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그 작은 깨달음은
내 마음 안에 부드럽게 파문을 일으켰다.
그 말은 나를 변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정당하게 바라보게 해주는 말이었다.
죄책감은
내가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는 증거다.
하지만 지나친 죄책감은
나를 지키는 힘까지 잃게 만든다.
그 경계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다.
이젠 조금씩
내가 책임져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이런 말을 조용히 되뇐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닐 수도 있어.”
그 문장은 나를 자유롭게 했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죄책감 #마음의자유 #내잘못이아닌일 #심리상담글 #정서회복 #자기이해 #브런치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