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9일 월요일
2007년 가을로 기억한다. 그해 5월에 군 전역하고 사회인의 자유를 한창 만끽하던 때였다. 군 의무를 다한 23세의 일상은 친구와 술로 도배됐다. 당시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은 지금은 은평뉴타운이 된 동네에 있는 예비군 사단 관사였다. 직업군인이던 아버지의 관사였다. 현재는 거대한 신도시로 변모했으나, 그때만 해도 뉴타운 공사를 위해 논밭을 밀고 평탄화 작업이 한창이었다. 집에 가려면 버스나 택시를 타고 공사장 한복판을 지나가야 했다. 해진 후의 귀갓길은 정말 무서웠다.
그날도 만취 상태로 버스에 탔다.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종점이었다. 종점은 상당히 고지대에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발아래로 낯선 동네 풍경이 펼쳐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원래 내렸어야 하는 정거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때는 그러나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 내가 먼 달동네까지 왔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대중교통은 끊겼고 주변에 택시도 안보였다. 카카오택시가 있던 시절도 아니다.
일단 큰길로 나가기 위해 언덕 아래로 걷기 시작했다. 좁은 길 한쪽으로는 차들이 일렬로 길게 주차돼 있었다. 가을바람은 차가웠고, 그날따라 옷까지 얇게 입어 오들오들 떨며 걷고 있었다. 그때 내 눈에 운전석 문이 덜 닫힌 차 한 대가 들어왔다. 차주가 왜 문을 열어놨는지는 모르겠다. 힘들고 춥고 취했던 난 너무나도 자연스레 그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그리고 그대로 잠을 청했다. 술김에 어디에서든 쉬고 싶었나 보다.
눈을 감은 채로 1~2분 정도 있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차에서 얼른 내렸다. 만약 차주분과 마주쳤다면 곧장 경찰서에 끌려갔을 것이다. 차키가 꽂혀있던 건 아니지만 절도범으로 몰렸어도 할 말 없었다.
흑백요리사2로 뜬 임성근 셰프가 과거 음주운전을 고백하고 방송 퇴출 수순을 밟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이 민망한 흑역사가 떠올랐다. 술로 인생 발목 잡히는 사람을 너무 많이 본다. 19년 전의 난 운이 좋았다. 정신 차리고 바르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