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만큼은 낯설고 싶지 않다

2026년 1월 22일 목요일

by 전귀자씨

새로운 사람을 계속 만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하는 직업은 축복받았다.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다. 욕도 먹고 박봉이지만 매일 많은 정보를 보고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생활한다.


다만 어떤 업종이든 있기 마련인 직업병은 어쩔 수 없다. 내 경우는 주말만큼은 ’낯설고 싶지 않은‘ 직업병이 있다. 평일은 온통 낯선 이들과 낯선 대화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쉬는 날만이라도 명함을 주고받는 행위라든지 나를 어디서부터 소개해야 할지 가늠하는 일을 안 하고 싶다. 심지어 주말에는 막 개봉한 영화도 보기가 싫다. 100번 넘게 본 ‘나 홀로 집에’가 낫다. 낯선 모든 것에서 해방되고 싶다.


그런데 초등학생 키우는 학부모 입장에선 매번 낯설지 않은 주말을 보내기 힘들다. 아이의 사회생활을 위해 처음 보는 부모들과 인사를 주고받고, 어쩔 땐 몇 시간씩 어색한 대화를 나누며 아이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심지어 처음 만나는 분들과 하룻밤 자고 오는 캠프를 가기도 한다. 주말에 이런 일정이 잡히면 그 주는 평일 내내 스트레스를 받는다.


취업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처음 보는 이들과도 1시간이면 어깨동무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너스레와 사교성이 내 최대 무기라 자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곧잘 하긴 하는데, 그 에너지를 평일 취재 시간에 올인하다 보니 주말에는 아무 방해도 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오늘은 유독 낯선 시간들이 많았다. 취재를 위해 참석한 행사와 식사 모두 명함을 주고받아야 하는 자리들이었다. 하루 만에 폰에 저장해야 하는 전화번호만 20여 개가 생겼다. 늘 이렇진 않지만, 유난히 이런 날이 있다.


주말에 와이프와 아들과 셋이 강원도 강릉으로 여행을 간다. 셋이서만 가는 여행은 정말 오랜만이다. 멋진 호텔에 머물며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원 없이 즐기고 올 생각이다. 명함지갑은 당연히 두고 간다. 지친 목요일이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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