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안 관사의 기억들

2026년 2월 6일 금요일

by 전귀자씨

7세 이전은 기억이 많지 않다. 몇몇 장면과 그때의 어렴풋한 느낌만 드문드문 떠오르는데, 대부분 배경이 부대다. 직업군인 아버지와 부대 안에 있는 관사에 살았기 때문이다. 지프차 위에 쌓인 눈을 쓸어내던 운전병 아저씨, 부대 들어갈 때마다 힘차게 경례하던 위병소 아저씨, 늘 다정하게 인사해 주던 주임원사 아저씨까지 내 유년시절 기억은 대부분 부대와 군인 아저씨들이다. 건빵을 프라이팬에 볶아 설탕 뿌려주던 어머니의 부엌 뒷모습도 생각난다. 부대 안 관사에 살아본 군인가족이라면 나와 비슷한 추억을 가졌을 것이다.


카키색으로 도배된 어린 시절 기억은 평생 군복만 입고 살아온 아버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을 줬다. 명예를 중시하는 태도, 보수적인 정치적 성향 등 나와 맞고 다르고를 떠나 그가 왜 저렇게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지 알 것 같은데 이는 유년의 기억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아버지의 직업 체험이 자연스럽게 이뤄진 덕이랄까. 인간이 자신의 삶에 기반해 세상을 바라보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오늘 아들이 내가 다니는 신문사에서 진행하는 ‘기자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저녁에 만난 아들은 아빠 회사에서 윤전기와 편집국을 구경하고, 구내식당에서 밥도 먹고, 직접 기사를 써보는 미션도 수행했다며 즐거웠다고 했다. 사실 첨부터 거창한 목적이 있어 아이를 이 프로그램에 참가시킨 건 아니었다. 방학 때 이것저것 체험해 보면 좋으니까(아내도 쉴 수 있고) 신청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신청해놓고 보니 어릴 적 부대에서 아버지와 함께했던 내 경험이 떠올라 작은 기대감이 생겼다. 내가 내 아버지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 아들도 나란 사람의 인생을 이해해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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