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보청기

2026년 2월 7일 토요일

by 전귀자씨

아들과 둘이 부모님 댁에 왔다.

할아버지 무릎에 앉은 아이가 질문했다.

“보청기 어디 갔어?”

”할아버지 왼쪽 귀가 이제 안 들려. 그래서 그냥 뺐어.“

아버지는 손자에게 다정하게 설명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 난 깜짝 놀랐다. 아버지가 한쪽 청력을 아예 상실한 사실을 여태 모르고 있었다.

그때 아이가 더는 들리지 않는다는 할아버지 왼쪽 귀에다가 손을 대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내가 뭐라고 하는지 맞춰봐.”

아버지는 웃으며 그 발칙한 게임에 응했다.

두 사람은 한참을 웃으며 게임에 몰두했다.

들리지 않는 귀에다가 뭐라 말하고 정답을 맞혀보라는 건 손주에게만 허락된 장난이다.

편견 없는 아이의 순수가 늙어가는 내 아버지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위로였던 것 같다.

아이에게 무척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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