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잡생각

2026년 2월 15일 일요일

by 전귀자씨

명절마다 용인에 있는 추모공원으로 성묘를 간다. 추모공원은 엄청나게 넓은데, 끝도 없이 펼쳐진 비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죽음은 모두에게 똑같이 찾아온다는데, 망자들이 머무는 공간은 산 자들의 세상처럼 가격에 따라 계급사회를 이룬다. 납골함의 재질부터 놓이는 위치, 비석의 크기, 공간의 넓이까지 철저히 자본주의 법칙을 따른다. 죽어서도 산 자가 만들어놓은 규칙 안에서 서열이 나뉘는 망자들은 그 설움 바깥으로 말도 못 하고 침묵을 지킨다.


나와 내 가족이 명절 인사드리러 가는 가족 납골당은 우리 집안 장손(내게는 사촌형) 부부까지만 자리를 받았다. 나와 내 와이프는 나중에 다른 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전혀 서운하진 않은데 가끔 오늘처럼 성묘하는 날이면 내 묫자리가 궁금해지긴 한다. 물론 진지한 궁금증은 아니다. 국가유공자인 아버진 어머니와 함께 현충원으로 가실 예정이다. 죽어서 묻힐 곳을 미리 정해두고 살아가는 아빠는 본인 운명에 든든함을 느낄까. 이것도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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