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6일 월요일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에도 서서히 변화가 생긴다. 내게만 찾아오는 변화가 아니니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되는데, 일부는 내 시야 바깥의 변화라 난감하다. 대표적인 게 귀 안쪽에서 자라나는 털이다. 어릴 땐 솜털만 자랐던 자리에서 언젠가부터 굵은 털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발견한 건 와이프다. 2년 전쯤 거실에서 함께 TV를 보던 아내가 대뜸 “이거 뽑아야겠다” 하더니 족집게를 들고 왔다. 거울을 봐도 확인할 수 없는 각도에 위치한 귀 안쪽(이지만 외부에선 잘 보이는) 굵은 털 두 가닥을 와이프는 족집게로 뽑았다.
그날 이후 아내는 주기적으로 내 귀 케어를 해준다. 출근할 때 현관에서 인사하며 “귀 좀 봐줘“ 하면 와이프가 내 양쪽 귀를 살피고 ”괜찮아“ 하는 게 우리 부부의 루틴이 됐다. 진중한 취재 자리에서 상대방 시선이 내 귀에 난 털에 꽂히길 원치 않아서다. 평소 무신경했던 일도 나의 일이 되면 눈에 갑자기 잘 들어온다더니, 요즘은 외출만 하면 행인들 귀에 난 털이 보인다. 대부분 나보다 연장자다. 고령 어르신 중에는 털들이 귓구멍을 가릴 정도로 많이 난 분도 종종 본다. 그럴 땐 이 어르신이 털들의 존재를 알면서도 귀찮아 방치하는지, 점검해 줄 동반자가 이제는 곁에 없는 건지,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라면 서글픈 일이다.
내일 제주 여행을 앞두고 거울을 보며 눈썹 정리를 했다. 족집게를 든 김에 귀 안쪽도 보려고 와이프를 찾았는데 바쁜 듯했다. 결국 그냥 혼자 손가락 끝으로 귀를 더듬으며 털을 찾아 나섰다. 쉽지 않았다. 나중에 혹시라도 내 아내가 나보다 먼저 떠난다면, 해외여행 등 굵직한 추억보다 일상의 자잘한 귀 체크에서 그녀의 빈자리를 더 크게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