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일보직전
아침은 지난밤보다 늘 밝다. 집을 나서서 30분가량 운전을 하면 어김없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 도착한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의 습관은 크게 변함없지만 도착 시간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2017년도 10월을 기점으로 하면 만 4년이 지난 5년 차 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 언제나 누구나 그러하듯이 막상 지나온 시간은 빠르게만 느껴진다.
내가 말하는 요즈음이라 하면 한두 달 시기를 뜻한다. 요즈음은 아침에 출근해서 통상 결제를 보고 나면 아직도 끊지 못하는 담배를 연거푸 태우고, 회사 메일 몇 개 눈여겨본 후 개인 메일의 구직함을 지속해서 보고 있다. 직장 생활하는 이들이 늘 나와 같지는 않지만 다른 회사의 일자리를 출근과 더불어 알아보고 있다.
일자리 검색은 하루하루 자존감을 잃어 가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내일모레면 곧 50에 전문대 졸업, 낮은 학점, 중소 식품회사 20년 근무 경력. 현재 부장으로 일반 직원들보다는 다소 높은 급여가 책정되어 있지만 서너 달가량 밀린 월급. 지난 6일은 휴일로 인해 하루 밀린 카드 대금이 빠져나가는 날에다가 월요일이었다. 가족들 모르게 사용하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일단 막음을 했지만 여러모로 암울하다. 이런 날이 또 다음 달에 미친척하고 다시 돌아온다.
기분 탓에 회사의 맛없는 점심을 먹고 나면 그나마 좋아하는 믹스 커피와 담배로 남은 점심시간을 만끽한다.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회사여서 흡연 장소에는 겨울 추위에 걸맞게 불을 피우는 드럼통이 하나가 준비되어 있다. 삼삼오오 모여 간혹 업무 얘기나 너스레 농담을 주고받으면 직원들과 마른 장작에 불을 피워 연기를 마시곤 한다.
"너는 다른 일 자리 알아보냐?"
"부장님은요?"
"이 나이에 어디 갈 데가 있겠냐? 닌 아직 젊으니깐 빨리 다른 데라도 알아봐야지. 니 몇 살이고?"
"서른여덟이요."
"음..."
내 나이만 많은 줄 알았는데, 몇 번이고 물어봤던 직원 나이었었는데 벌써 적지 않은 나이가 되어 있다.
"사람인 검색해서 일자리 함 알아봐 봐. 아차 내일까지인가 비지에프리테일 물류센터 지원 마감인 것 같던데. 함 지원해 봐라."
"그래요?"
드럼통 모닥불 옆에 서 있던 직원에게 내 코가 석자지만 걱정하듯 몇몇 대화를 한다.
점심에 커피에 담배에 거기다가 잘잘한 말들로 인해 텁텁해진 입을 양치할 시간이다. 책상 상단 서랍을 열면 칫솔통 옆 치약이 하나 놓여 있는데 지난주 금요일부터 쓰기 시작한 새것이다. 음... 새 치약이 바뀔 때마다 '요것까지 쓰고 그만둬야겠다.' 내심 다짐을 했는데 몇 개의 새 치약을 사용했는지 수가 기억나지 않는다. 몇 번의 다짐 수도 말이다.
겨울철에 접어든 시기라 바람이 없는 볕이 따듯한 오후를 기대하게 된다. 다행히 이번 주는 양지바른 벤치에 오래도록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색은 무료함을 달래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지만 회사의 일은 뒷전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처음 커피 맛이 어떠했는지, 거부감은 없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런 일상은 자연스레 내 엉덩이에 깔려 있다. 회사는 주 5일 근무에 눈치 볼 필요 없이 연차를 사용하고 시간의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는 편함을 주기도 하고 가지의 가지가 뻗어가는 여러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주기도 한다.
스스로의 생각을 잘 정리하여 어제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만들면 되는데 그러할 자신감과 능력이 부족해서 온갖 핑계를 대는 유치한 놈이 되었다. 그 유치함 속에서도 가끔 스스로에 칭찬하고 있는 모습이 우프다.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가족 때문이고, 보다 나은 경제적 수입을 획득하지 못하는 것은 회사와 내 자산이 부족해서이고,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일부러 사용하고 있는 50g짜리 치약을 아직 다 쓰지 못해서이다.
하고많은 잡다한 것들 중에서 난, 왜 하필 치약을 선택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