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과 여, 소통과 공감의 차이
졌다
아내는 연애 시절,
작은 벌레 한 마리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낯선 여행길에 행여 누가 볼까
길게 목을 빼던 여자였지만
이제는 닭도 잡고,
식구들 죄다 잡는다.
텃밭에 토마토 심은 나른한 오후,
아내는 드라마를 보고 바느질을 하면서
누군가와 바삐, 통화하고 있다.
그 틈을 이용해
냉장고에 소주를 꺼내는 순간
들려오는 그녀의 날카로운 파열음에
모두 숨을 죽인다.
이윽고 아내 곁에서 숙제하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던 딸아이는
통화가 끝난 제 엄마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래서 그 아줌마가 마음이 몹시 아픈 거야?
그나저나 스마트 폰으로 게임을 하던
눈치 없는 아들놈은 제 엄마에게 다가가
느닷없이 용돈을 요구하다.
싸늘한 시체로 돌아온다.
머쓱해진 남자 둘이
부엌에서 찬물을 마시다.
문득, 누군가의 가련한 입술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