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4/ 허먼 멜빌

허파로 숨쉬기

by 오아시스
청어나 대구는 백 년을 산다고 해도 수면 위로 머리를 쳐드는 일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고래는 인간처럼 허파를 갖고 있는 특수한 신체 구조 때문에 대기 중에 있는 공기를 들이마셔야만 살 수 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물 위쪽에 있는 세계를 방문할 필요가 있다.

그래요. 청어나 대구는 물위로 솟아오르는 법이 없이 물 속에서만 살아가요. 고래는 달라요. 한번씩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좋으나 싫으나 바닷속에서도 바다 바깥으로도 나와봐야 한대요. 그래서 위험에 처해지기도 해요. 한 세상에 살면서 안정성이 조금 더 강해지는 삶과 두 세상을 볼 수 있지만 위험은 도사리고 있는 삶이 있다면 어떤 삶이 나은 걸까요.

내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달라질 대답이기도 할 거 같아요.

"당신은 청어과인지 고래과인지, 정체가 뭘까요."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는 생각보다 지불해야 할 대가가 커요. 내 자유의 성향을 억눌러야 해요. 맘 내키는 대로 살고 싶은 충동과 늘 싸워야 해요. 그러면서도 동경처럼 안정정인 직장을 부러워하지요. 나이를 먹고 보니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간 친구들이 생활면에서도 자기 계발 면에서도 고루고루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는 듯이 느껴져 때때로 부러운 마음도 들어요. 안정적인 직장은 인생에 광풍이 불어도 존재를 붙잡아 주는 닻과 같다고 할까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늘 처음부터 뭘 시작해야만 하는 막막함에 자주 놓이곤 해요.

그래도 요즘에는 새로운 장소에 가 보기를 좋아하는 내 성향처럼 내 인생의 하루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어요. 난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래서 새로운 장소에 가 보는 걸 제일 좋아하면서, 내게는 왜 똑같은 패턴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남아있을까요?

요새는 ‘날마다 다른 하루하루의 이야기도 즐겨봐. 얼마나 궁금한지, 새로운 일을 해 보는 즐거움도 알아가 봐.’ 라며 내게 말을 건네기도 해 봐요.

새로운 일을 하려면 늘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던 나,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무턱대고 겁을 먹었던 나. 고래과로 태어났으나 청어처럼 살려고 했어요. 그래서일까요? 어긋났어요. 사는 게 재미가 없었어요. 안정빵인 것들을 잡아매 두려고 했지요. 내 배에 안정으로 무장한 것들을 주렁주렁 달고 내 항로를 가려고 했는데 그랬더니 아예 내 배가 움직이지 못 했나봐요.

나이가 드니 좋아요. 삶에 대해 깨달아지는 부분들이 생겨나요. 청어보다는 고래가 훨씬 좋다는 것도 그 중 하나예요. 위험하더라도 두 세계를 맛보고 세 개의 세계를 맛 볼 수 있어요. 하나의 세계를 맛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 젊을 때의 혈기로 덤비는 게 아니라 그럴만한 가치가 있음을 알기에 감내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겨났어요.

허파로 숨쉬기. 위험 부담이 있으면서도 다른 세상으로 자꾸 날 데리고 가는 건 내 안에 어떤 부분일까요. 그 부분을 존중해주고 싶어요. 아가미로 숨을 쉬다 허파로도 숨을 쉬다 고래처럼 물 밑 세계도 헤엄치고 물 밖으로 뛰어오르기도 하면서 오늘을 지내볼래요. 시원한 물줄기도 쏴~~ 뿜어내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