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인생에는 죽음만이 바람직한 결말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죽음은 미지의 낯선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일 뿐이고, 무한히 멀고 황량한 곳, 육지로 둘러싸이지 않은 바다로 들어갈 가능성에 보내는 첫 인사일 뿐이다. 따라서 죽음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아직도 자살을 꺼리는 양심이 남아 있다 해도, 모든 것을 주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바다는 상상할 수도 없는 흥미로운 공포와 새로운 활력으로 가득 찬 놀라운 모험의 광야를 그의 눈 앞에 유혹하듯 펼쳐놓는다.
대장장이는 술에 정신이 팔려 아리따운 아내도, 사랑스러웠던 자식들도, 솜씨 좋은 기술 덕에 풍족했던 재산과 정원 딸린 집까지 잃고 인생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배를 타서 대장장이를 하고 있다. 죽음을 건너간 셈이다. 술을 만나기 전까지는 성실하게 지하실에서 연장을 두드리며 일을 했고 연장 소리가 땅 위로 흘러나올 쯤에는 거친 소리들은 이리저리 부딪히며 아름다운 음악이 되어 부엌에 있는 아내에게로 흘러갔다. 행복했던 한 막이 흘러갔다.
파국으로 몰고 가는 건 거의 다 정체가 밝혀진 것 같은데 여전히 사람들은 발목이 잡히고 유혹에 사로잡혀 파멸에 이른다. 지금도, 현대화된 사회라고 다를 건 없다. 인생은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가는 걸까. 다만 배를 타는 사람이 일류 기업에 다닐 뿐이고 코르셋을 입은 여자가 청바지를 입을 뿐인가. 정말 반복하고 있는 걸까.
죽음만이 바람직한 결말처럼 여겨지는 인생이라. 슬픈 말이다. 술이 인생을 파괴한다. 도박이 인생을 파괴한다. 욕망이 인생을 파괴한다. 나에 대한 무지가 인생을 파괴한다.
그러고보니 대장장이와 에이해브 선장은 극과 극 지점에 서 있다. 대장장이는 술로 영혼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파멸에 이르렀다. 에이해브 선장은 그 무엇도 자신의 영혼을 건들지 못 하도록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둘을 섞어 놓으면 좋겠는데 사람은 대장장이 같든지, 에이해브 선장 같든지 하나보다.
굳이 하라고 하면 나는 에이해브 선장처럼 강인한 정신력쪽을 택하겠다. 나약해서 술에 쓰러지고 돈에 쓰러지면서 휙휙 날리는 펀치에 휘둘리며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게는 천성적인 카리스마가 없고 오히려 바람 불면 눕는 풀과 같은 본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무언가에 맞서서 지켜내고 이루어내기란 내게는 참 버거운 일처럼 여겨진다. 그런 스타일의 사람들이 부담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아, 한 사람이 생각났다. 그분은 부드럽지만 오히려 세상에 펀치를 날리며 영혼을 지켜내며 살아낸다. 총을 들고 머리에 두건을 두른 여전사의 이미지가 아니라 복슬복슬한 옷을 입고 두 팔을 벌려 웃고 있는 여신 이미지다. 어떤 일이든 그녀에게 다가가면 폭신한 옷에 푹 파묻히고 말 것 같다. 왜냐하면 그녀는 사랑으로 무엇이든 창조해내는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며 도와주고 자신의 길도 성실히 지어간다. 대장장이도 에이해브 선장도 아니다. 한 손에는 사랑의 펀치를, 한 손에는 연필을 들고 펀치를 날린다.
이 글을 쓰니 방어만 하다 지치는 인생이 아니라 펀치를 날리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만큼 강력한 방어 주먹이 없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뻗을 강력한 펀치 주먹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