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지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지도

by 오아시스

"너는 왜 거기서 오니?"

"왜요?"

"네 길은 저기 있는데 왜 넌 남의 길로 여기까지 왔니?"

창조주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가 깨꼬닥! 하고 숨을 멈추고 다른 세상에 들어갔더니 창조주가 날 맞이하려고 서 있다. 내가 다른 길로 나와 버렸기 때문에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다. 둘은 멀리서 바라보며 뻘쭘해 한다.

"너 왜 내 선물을 하나도 안 받고 거기서 오는 거야?"

저쪽에서 창조주가 내게 손나팔을 만들어 소리친다. 창조주가 가리킨 내 길을 본다. 고생고생 다 하고 온 내 길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사랑하는 것들로 다 꾸며놓고 선물도 갖다 놓아서 나에게 최적화되어 있는 길을 그때서야 보게 된다. 세상에나, 맙소사! 내꺼였던 그 선물은 이제 누구도 갖지 못해서 필요가 없게 된다. 그렇다면?



나도 그랬고 내 주변의 사람들도 그랬고 지구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을 바꾸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좋은 학교에 가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장에 가려고 준비하고 좋은 결혼 상대를 만나려고 결혼 업체에 회원 가입을 하고 부지런히 선도 70번쯤은 기본으로 본다. 일부러 상류층 자녀들 모임을 알아봐서 그 모임에 가입하는 젊은 청년도 봤다. 외부적으로 부단히 노력을 한다.


그런데 내 안에 잠재된 무의식을 개발하기 위해 고통을 이기면서까지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것 같다. 보지 못 하기에 알 수도 없을뿐더러 믿을 수도 없게 된다. 사람들은 일단 보는 대로 믿게 되어 있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없으니 자꾸 마음은 볼 생각은 안 하고 외부적인 것만 바꾸어 보려고 한다. 마음처럼 숨바꼭질을 잘 하는 것이 없기에.


자신의 무의식의 세계, 자신의 가능성이라고 해 두자. 가능성을 10%라도 보고 가는 사람이 있을까? 그저 발밑만 내려다 보면서 구불거리는 낭떠러지를 피해 조심조심 한발한발 내 딛는 것은 아닐까. 무의식의 세계, 진한 펜으로 그려가야 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지도. 나에게도 너에게도. 이상한 지도다. 누군가 가 봐야만 완성이 되는 하나밖에 없는 지도. 이리 오라 이정표도 있는데 찾지 못 할 수도 있는 지도.


그 길은 인생에서 가야 할 꼭 필수 코스인데 회피하다 그저 남들이 가는 길로만 가다가 죽음의 세계로 꼴딱 넘어가면 창조주가 기다리고 있다가 뭐라고 하실까.

"너 왜 내 선물은 하나도 안 받고 여기까지 온 거야?"


‘신화’라는 말이 참 좋다. 누군가에게 가장 반짝이는 순간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존재가 빛나는 순간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영웅이 갖고 있는 이야기가 신화이다. 영혼이 죽을만큼의 고통은 이 세상에서 새존재라는 부활로 이어지고 몸의 죽음은 다른 세상으로 바뀌는 부활이 일어날 것 같다.


내 무의식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끝까지 가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세계. 갑자기 반지의 제왕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프로도와 샘이 절대 반지를 없애려고 결국은 모르도르 동굴로 가야만 했던 여정, 마지막 부분에 다다라서 정신과 몸이 다 지쳐서 쓰러질 것만 같은 표정의 프로도와 샘, 보는 나도 지쳐서 어떻게 여기서 더 힘을 내냐? 라고 내게 물었던 장면이 생각난다. 이 정도 스토리면 정말 정신의 힘도 몸의 힘도 다 빠져나가서 힘이 솟아날 구멍 같은 낌새도 안 보이는데 프로도는 갑자기 또 힘을 내서 달려가기 시작한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라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데 힘을 짜내고 짜내도 무의식의 세계는 마를 줄 모른다. 또 솟는다. 다만 우리가 쉽게 포기해버리고 말 뿐이다. 다른 사람과 다른 걸 참을 수 없기 때문에 나 자신에 이르는 길에서 돌아서고 만다. 나를 더 넓게 확장시키고 내 자신에게 다다르는 길. 결국에 나에 이르고 마는 길.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만이 갈 수 있는 길. 그 길을 가기 위한 지도는 어떤 모습일까. 최후에서야 완성이 되는 지도.


끝까지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지도. 그 길을 끝까지 주파수를 맞춰가며, 이정표를 확인하며 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