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색 아카시아

자신과 다른 색을 얻고 자신의 향은 잃어버린다

지인이 알려준 자주색 아카시아.

며칠 뒤 자주색 아카시아가 피어있는 곳을 지나가던 중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냥 지나쳤을 꽃을 알아봤다.

그런데 꿀벌 한 마리 날아오지 않는다.

숨을 깊이 들이마셔도 아카시아 향기도 없다.

아카시아가 산 지천으로 피었는데 향긋한 꽃향기는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지 맡아보려 애를 써도 헛일이다.

꽃들도 화려하게 진화를 하는 중이다.

본연의 색이 아닌 색으로 얼마든지 치장할 수 있고 우수한 유전적 요소를 개량화 시켜 더 세련된 꽃잎을 가질 수도 있다.  

사람들을 현혹시킬만한 가지가지 꽃잎들의 화려함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상품처럼.

그런데 향기는?

꽃이 향기를 잃어버린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자신과 다른 색을 얻고 자신의 향은 잃어버린다?

꿀벌도 불러들이지 못 하는 미미한 향기만 간신히 뿜어내며 나날이 화려해지는 꽃들을 보는 내 마음이 이상하게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