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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아시스 May 09. 2022

햇빛이 자리를 만들고 마음까지 달구는 집

 상상이 현실로


햇빛도 막고 살았나보다.

어릴 때 나무 마루에서 햇빛을 받으며 앉아있곤 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마루가 이미 달궈놓은 곳에 두 다리를 대고 앉으면 몸 속까지 따스한 느낌이 차올랐다.

이번 어린이 날에 놀러간 곳이 그랬다.

거실의 통유리를 열면 햇빛이 거실 안까지 파고들었다.

햇빛이 직접 들어오도록 거실 통유리를 일부러 열었다.

난 햇빛이 비추는 자리에 반바지를 입고 맨다리를 댔다.

아, 따스해. 이 느낌이야.

오랫동안 햇빛이 들어와 달궈놓을 수 있는 집에서 살지 못 했다.

아파트도 베란다까지만이었다.

마루가 사라졌고 남향이 아니었나보다. 그러고 보니 지금 집도 문과 유리창 겹겹이 햇빛은 걸러지고 걸러져서 창턱에 화분들만 햇빛을 받고 있었다.    

햇빛이 만드는 자리가 없는 집에서 내가 살고 있었다.

햇빛의 감각도 잊어버리고 잊어버린 줄도 모르고 잊고 살다 햇빛을 잠시 쬐고 햇빛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아, 마루가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햇빛이 자리를 만드는 집에서 살고 싶다.

이 자리에 맨 살을 대고 있으니 이상하게 마음까지 따사로워졌다.

햇빛의 열기는 마음까지 달구나보다.

깍쟁이같은 전기 열선은 선의 테두기까지만 달구지만 햇빛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넘나들며 따사롭게 했다.

햇빛이 들어오는 통유리, 나무 마루 집을 꿈꾸기 시작해 본다.

상상을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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