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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아시스 May 06. 2022

비싼 그늘

너의 조각들


점심을 끝내고 걸을겸 길을 나섰다.

늘상 다니는 산책길.

여러 갈래로 다니며 길맛을 본 뒤 찾은 근사한 맛집길이라고나 할까.

오래된 담벼락으로 이어진 길이고 나무가 그늘을 드리워서 걷기 좋은 길이다.

그늘 아래 섰다.

이 얼마나 비싼 그늘인지.

일년에 나무가 한뼘씩은 자라날까.

나무는 사계절의 싸움을 몇 번씩 치뤄내고 자신의 그림자를 조금씩 얻어냈다.

태풍 조각, 한파 조각, 더위 조각, 홍수 조각, 마름 조각, 조각 조각.   

손톱만큼, 손바닥만큼, 그러다 나를 다 덮고도 남을 만큼.

딱 시간만큼의 그늘.

시간당 천냥쯤이라고만 해도 넌 얼마니.

시간을 담아낸 다채로운 깊이 위에 내가 오늘 서 있었다.

산책길에서 고급진 그늘의 괄호를 열고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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