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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아시스 May 06. 2022

못생긴 이발

실력파는 누구?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놀고 싶다길래 오랜만에 교암초등학교를 찾았다.

교암초에 들어설 때마다 열대의 섬 어딘가를 어렴풋하게 상상하게 했던 나무.

가지들을 다 드러낸 채 초록잎은 조금만 남기고 이발을 했다.

못생겨졌어.

너 어쩌다 이리 된 거야?

이발사가 너무 했다.

뭐 한달쯤 지나면 그 멋진 자태는 다시 회복되겠지.

잘 생긴 배우가 땜빵난 가발을 써도 역쉬 배우의 아우라를 감출 수 없는 것처럼.

중학교 2학년 때 내 머리를 남자 커트로 자른 미용사가 문득 떠올랐다.

내 성별은 감쪽같이 감추어졌던지 사람들이 날 남자로 알아봤다.

감출 수 없는 이발.

감춘 미용.

어느쪽이 더 실력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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