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거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은 그 작은 심장 안에
이토록 큰 슬픔을 넣을 수 있습니까?
신이 대답했다.
'보라, 너의 눈은 더 작은데도
세상을 볼 수 있지 않느냐.'
- 잘랄루딘 루미
엄마와 아이들을 데리고 필리핀 세부에 갔다. 세부를 가자는 말에 엄마는 복분자를 따야 한다고 못 간다고 했다.
"복분자는 2주면 다 따는데 뭐, 그리고 6월 마지막 주에 가면 되잖아요?"
"........"
말이 없다. 가고 싶은데 내게 부담이 될까봐 선뜻 말을 못 하는 소심한 엄마.
"나 예약해요!"
그냥 추진했다.
세부의 바다는 맑기가 달랐다. 소소한 낚시질을 하는데도 알록달록 예쁜 물고기들만 줄줄이 딸려 올라왔다. 손맛이 좋은 줄낚시였다. 신안 앞바다에서 태어난 엄마는 신이 났다. 막내 손주를 종종 챙기면서도 바다를 바라보기에 하염없었다.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는 건 티끌 한 점 섞이지 않은 새하얀 구름뿐이었다. 바람은 간이 딱 맞게 불었다. 머리칼 사이로 통과하며 상쾌함을 흩뿌리는 딱 그 정도의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였다. 우리가 탄 배는 육지로부터 꽤 멀어졌다. 입수가 시작되었다. 바다 한 가운데서 말이다!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바닷속으로 거침없이 풍덩풍덩 빠져들었다. 그러면 필리핀 사람들이 구명조끼 목 뒤부분을 잡고 여행객들이 편안하게 바다 위를 떠나도록 도왔다. 엄마를 맡은 현지인은 마음이 좋은 분이였나보다. 엄마가 마음껏 바다를 맛보도록 반경을 넓히며 멀리멀리 나아갔다. 나와 아이들을 맡은 현지인은 아이들의 안전도 있어서 배 주위를 돌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멀리 나가있는 엄마를 얼핏얼핏 보니 푸른 바닷물에 몸을 내맡긴 한 마리 핑크색 돌고래 같았다.
"천국 같더라."
육지로 돌아가는 배 위에서 엄마는 아쉬워했다.
"그렇게 좋았어?"
"태어나서 그렇게 맘이 편해보기는 처음이었어."
세부의 바다는 엄마에게 천국을 열어주었나보다. 현지인의 작은 친절에 엄마는 바다를 마음껏, 그것도 사진 속에서만 보던 투명한 바다로 온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을 툭~ 던져냈고 푹~ 적셔졌다.
엄마의 작은 심장 안에는 커다란 슬픔이 늘 무겁게 차 있었는데 바다로 흘려버린 순간이었다. 본연의 바다 소녀로 돌아갔다. 아주 잠깐이지만. 바다 소녀처럼 살아야 하는 기질인 엄마는 바다를 벗어나 척박한 육지에서, 그것도 깊은 산골짜기로 들어가 산 듯한 삶을 사신 것 같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엄마의 시간이 흘러간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엄마에게 바다를 보낸다. 소녀로 돌아가 가벼워질 수 있도록. 한없이 자유로운 돌고래처럼 . 심장에 가득 찬 눈물을 또르륵 따라내도록. 눈물보다 더 농도가 진한 파란 물방울들 사이로 안녕~~. 다시 누군가의 소망 입자로 방울방울 피어올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