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원하는 것

줘 버리고 말지

by 낭생희

미래에는 불안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불쑥불쑥 올라오는 불안과 과한 걱정에 잠 못들던 밤을 위로하며 필사했고, 기록한다.


오늘의 필사

우리의 불안은 미래를 생각하는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온다.

- 칼릴 지브란


나는 오랫동안 불안이 미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오지 않았고, 알 수 없고,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는 원래 모르는 건데, 왜 나는 유독 견디지 못할까.

불안은 미래를 두려워하는 감정이 아니라 미래를 확정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 더 가까웠다. 모르는 채로 두지 못하는 마음. 흐르게 두지 못하는 마음. 결론을 미루지 못하는 마음.


나는 통제욕구가 큰 사람이다. 결정은 빠르고, 방향을 정하면 밀고 간다. 처음 선택을 쉽게 수정하지 않는다.

그게 책임이라고 믿는다. 이 태도는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동시에 나를 자주 긴장시켰다. 세상은 프로젝트가 아니고, 사람은 변수이며, 관계는 계약서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결과까지 설계하려 한다.

그리고 어긋날 가능성이 보이는 순간 불안이 올라온다. 그때 알게 됐다.불안은 “잘못될까 봐”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모양이 아닐까 봐” 생긴다는 걸.


감정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욕망에서 시작된다.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래와 같은 욕망들이 있을 것이다.

- 통제하고 싶은데 안 되면 불안

- 인정받고 싶은데 부족하면 수치심

- 안정되고 싶은데 흔들리면 집착

- 의미 있어야 하는데 공허하면 허무

이런것들 뿐일까, 상황이 나를 흔드는 게 아니라 내가 지키고 싶던 무언가가 흔들릴 때 감정이 커진다.


그래서 요즘은 불안이 올라오면 이렇게 묻는다. 이 감정이 원하는 건 뭘까. 대답은 대개 단순하다. 확실함.

안전함. 틀리지 않았다는 증명.


불안은 나를 망치려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려는 과한 시도였다. 다만 방식이 거칠다. 내려놓는다는 건 통제욕구를 없애는 일이 아니다. 모든 걸 확정하려 들지 않고 내가 영향 줄 수 있는 것까지만 책임지는 일. 결정을 ‘영원한 선택’이 아니라 ‘지금 기준의 최선’으로 두는 일. 수정을 실패가 아니라 정보 업데이트로 받아들이는 일.


아마 불안이 진짜 원하는 건 완벽한 통제가 아니라 내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확인일지도 모른다. 미래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서 지금 나의 어떤 것들을 정할 수 없는건 아니다. 나는 오늘의 선택으로 조금씩 만들어지는 중이다.


아마 그래서 나는 문장을 읽고 오래 붙들었는지도 모른다. 불안이 미래 때문이 아니라 욕망 때문이라는 말이
나를 조금 조용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상황을 먼저 탓하기보다 “지금 내가 지키고 싶은 건 뭘까”를 묻게 될 것 같다.


불안, 수치심, 집착, 허무. 그 아래에는 늘 어떤 욕망이 있다.

감정을 없애는 대신 그 욕망을 알아차리는 쪽으로.

미래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감정에 잠식되어 허우적 대지 않는 편에 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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