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 년에 한두 번 몇 개월 동안은 두드러기로 고생한다. 원인은 알 수가 없다. 아마 계절변화에 따른 환경적 요인,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들이 뒤섞여 나타나는 현상이지 않을까 싶다. 원인을 콕 집어 이것 때문이야!라고 말하기 어려운 게,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하루를 보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예기치 못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곧 있으면 미국 한 달 여행을 가는데, 나는 제발 이 여행에서만큼은 두드러기가 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여행 전에 일어나 버리다니. 내가 너무 방심했다. 그동안은 적어도 4-5월에 두드러기로 고생을 한 기억은 없어서 혹시나 하면서도 그럴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맞아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떠나기 전 한국 병원에서 약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인 걸까.
허벅지 아래에 좁은 부위에 두드러기들이 생겨났었는데 이 주가 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발견 즉시 식단을 관리하고 술을 끊었는데도 말이다. 점점 출국 날짜가 다가오면서 조급해진 나는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먹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약을 먹기 시작한 지 3일째 날 다리 전체부위에 두드러기들이 확 올라왔다.
내 두드러기 증상은 이렇다.
뭔가 올록볼록하게 올라온다기보다는 피부자체가 열꽃모양으로 물들어있다. 주로 하체 전체에 나타나고 상체까지 올라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두드러기 부위에서는 열이 올라와 뜨거움이 느껴지고 심해지면 가려움증까지 느껴진다.
왜 이런 병이 나에게 생긴 걸까 원망스럽기도 하고 우울감에도 많이 빠졌었다. 거울 속에서 하루하루 더 혐오스러워지는 나를 보는 건 너무 괴로웠다.
예전에는 유명하다는 병원에 가서 몇 시간씩 줄을 기다려 약을 받아먹어 보기도 했고, 알레르기 검사도 해보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봤다.
이게 참 웃긴 게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라 그런가 만나는 의사 선생님마다 하시는 말씀과 권장사항이 다 다르다. 누구는 땀을 내면 안 되니 운동을 하면 안 된다, 아니다 오히려 운동을 해야 한다. 음식은 상관이 없다, 아니다 고기와 밀가루를 끊어야 한다 등등.
어쨌든 내가 얻은 답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인 병이라는 것이다. 절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적어도 한두 달 정도는 처절하게 버텨야 끝난다는 것.
이 증상이 한번 시작되면 말 그대로 삶의 질이 뚝뚝 떨어졌다. 내 온 신경은 하루종일 두드러기에 쏠려있고, 열감과 간지러움을 참아내야 했다.
짧은 옷을 입으면 보기에 흉측했고,
긴 옷을 입으면 옷깃에 부위가 스쳐 가려울 뿐 아니라 증상이 악화되었다.
옷을 입는 게 까다로우니 밖에 나가기도 꺼려했다.
하루의 피로를 싹 날려줄 시원한 맥주 한잔은 꿈에도 꿀 수 없었다. 먹는 것 또한 기름진 음식, 고기, 밀가루 등은 최대한 피했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이 큰 행복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렇게 나를 좀 더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런 모습마저 나인걸 어쩌겠어.
사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와중에도 피부에서 열감이 느껴져 속상하다. 눈물이 나는데도 뭐 어쩌겠는가. 이런 시간들과 감정들 또한 결국 내가 받아들여야 할 것들 아닌가.
이제 미국으로 떠나기까지 8일이 남았다.
그 사이에 이 손님이 떠나 준다면 너무나도 감사하겠지만, 나와 함께 가야 한다면 받아들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