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삔둥이 Apr 05. 2023

소중하기에 지켜야 하는 침묵

여전히 철들지 못한 나의 어리석음에게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살 수 있겠어."


나는 이 말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저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었다.

 

그렇다. 세상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야근을 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회사와 당연하게 나오지 않는 야근수당에도, 눈에 뻔히 보이는 변명을 늘어놓는 전 남자친구의 거짓말에도, 밤마다 시끄럽게 소음을 만들어내는 윗집의 비매너에도


화나고 억울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며 하고 싶은 말들을 목 뒤로 삼켜 왔었다.

그런 순간들만이 침묵을 지켜야 하는 때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해도 달라질 게 없는 상황. 말하는 사람만 입만 아플 상황.

그리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순간의 솔직함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최근에서야 그솔직함이 의도하지 않은 날카로운 칼날이 는 경험을 했다.


상대방의 감정이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내 감정만 전달하기에 마음이 급했다. 내가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답답하고 힘들고 서러운 사람이라는 대단한 착각 속에서 말이다. 

그렇게 토해내는 것은 나를 표현하는 것이기에 적어도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내 입장에서는 몇 번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후에 내린 선택이었지만 그들에겐 그저 이기적이고 충동적인 통보였다. 나는 감정을 전달하는데 서툴렀고,  내가 아꼈던 사람들은 그 어설픈 감정 분출에 상처를 받았다. 최근에 그런 일을 두 번 겪고 나니 번뜩 정신을 차리게 됐다.


당당한 솔직함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었다.


현재의 소중한 관계를 지키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목 끝까지 차오더라도 한 발자국 물러나 말을 아껴야 하는 순간들이 있더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는 시간을 가질 것.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상대방을 위하는 법일수도 있는 거다.


나는 이렇게 사랑의 또 다른 표현법을 배웠다.


작가의 이전글 포동포동한 나, 제법 귀여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