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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01. 워커홀릭


난 왜 이렇게 일복이 많을까. 


지치고 답답한 마음에 종종 이렇게 내뱉고는 했다. 일이 없는 자리도 내가 가면 바빠졌고, 일에 허우적대는 상태는 어떻게 해도 피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10년 차 되던 해에 일복을 피할 수 없다면 일 자체를 멈춰보자는 마음으로 그만두고 대학원을 갔다. 대학원을 다니며 학교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지인 회사의 일을 좀 돕는다는 게, 3개월도 안 되어 해외사업개발팀 팀장이 돼서 더욱 사방팔방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일을 거부하면서도 왜 워커홀릭의 모습을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허공에 던지듯 툭툭 내뱉기를 수년이더니 명상 속에서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돌아왔다.      


나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 구분이 조선시대 같았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어려서부터 여자라고 다를 게 없다고 엄마와 다투는 일이 많았다. 태어나면서 가진 특성으로 내가 구분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리 부딪혀 봐야 엄마의 신념에는 반항으로 밖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좌절감과 크면 꼭 증명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내 안에 이런 마음이 강하게 남아있었던 건 나중에 마음공부를 하면서였다. 자기 증명을 해야 한다는 뿌리 깊은 의식, 좌절에 대한 두려움. 이런 동기는 과도한 책임감과 완벽주의로 이어졌고 결국 스스로 일 많은 상태를 만들었다. 깨달음 후에 더 이상 일이 많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일의 많고 적음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일복이 많다는 것도 개별적인 수용 능력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동기이다. 일의 동력이 결핍에서 나오면 마음이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자아실현을 위해서, 가족들, 친구들에게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어서 등등 일을 하는 여러 동기가 각각 있지만 지금 언급한 것들은 모두 집단 속에서의 나, 타인의 시선에 비추인 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물론 이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스스로 안정적인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부적인 요소를 넘어선 내 진정한 동기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아직 충분하지 않다, 더 잘 해내서 더 큰 것을 얻으면 누군가(남편, 아내, 부모님, 대중 등)가 인정하겠지, 나를 높이 보겠지.‘ 


이런 목소리가 나를 움직이는 원천적인 동기일 경우, 결핍과 갈구의 상태만 지속된다. 만족과 안정은 결핍이 금세 대체하므로 지속적일 수 없다. 만족은 성과를 쥐는 순간에만 스쳐간다. 예를 들어, 과시할 수 있는 소비가 그에게 있어서 남들이 인정할 만한 성과로써의 의미를 갖는다면 그 소비의 순간에 결핍이 채워질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곧 결핍과 갈구의 상태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그 소비가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에 대한 만족과 애정을 의미한다면 그 상품을 볼 때마다 지속적인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나를 혹사하거나 희생적으로 과잉 충성하거나 또는 과도하게 부하를 밀어붙이는 것도 내가 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마음 상태가 발현되는 것이다.  반면에 매일 하루가 시작되는 기쁨, 시도하고 성장하는 느낌, 누군가에게 도움과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상태를 즐기는 마음과 같이 긍정적인 동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속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끌어당김의 법칙도 다르지 않다. 결핍의 마음으로 추구하면 결핍의 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충만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면 그 주파수에 맞춰진 것을 얻는다.     


결핍의 마음, 나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는 마음, 더 잘하자고 쉼 없이 채찍질하는 마음을 앎으로써 나는 과거로부터 자유를 찾고 현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좀 더 깊은 명상을 통해 결핍의 어두운 층 밑에 작게 진동하며 작용하고 있던 감사와 환희와 같은 긍정적인 자아도 발견하였다.

      

긍정적 동기의 회복은 외적 환경과 내가 하는 일이 바뀌지 않더라도 내 삶의 방향성, 나와 주변을 밝힌다. 누구도 꺼뜨릴 수 없는 자유의 빛이 된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사는 것에 브레이크를 걸려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행복을 위하여 내 내면의 깊은 동력은 무엇일지 탐색해 보고 긍정적인 동기를 발견하거나 전환할 수 있다면 더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뜨거운 삶을 살 수 있다. 


자아의 본질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따라서 깊은 동기도 진지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 날 알아줬으면 좋겠다 ‘ ’ 재미있어서 ‘처럼 아주 단순할 수 있다. 단, 마음은 기쁨, 분노, 사랑받는 느낌, 즐거움과 같이 감정적인 상태를 인지하므로, 매출 100억, 연봉 1억과 같은 것은 수단일 뿐 진정한 동기가 될 수 없다. 나를 움직이는 순수한 동기, 감정 상태를 발견하고 그 상태를 만족시키기 위해 내가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일들을 찾아보자.


내 삶에서 관계 방식이나 행동을 통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 있다면 그 부분을 따라 탐색하는 것도 좋다. 내가 몰랐던 내 삶을 움직이는 동기가 무엇인지, 그것은 긍정적인 마음인지 부정적인 마음인지 알아보자.   


[동기를 찾기 위한 질문들]


1. 당신을 움직이는 동기가 있습니까? (기쁨, 재미, 슬픔, 분노, 사랑받는 느낌 등과 같이 감정의 모습으로 찾아보자)

2. 그것은 무엇입니까?

3. 그것은 밝고 긍정적인 것입니까?

4. 그 동기를 채우기 위해 나는 어떤 행동을 하고 있습니까?

5. 그것은 긍정적인 것입니까? 


어두운 것이라면 그 마음을 좀 더 바라봅니다. (이 부분은 며칠, 몇 달,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여유를 갖고 이성적인 생각은 하지 말고 틈나는 대로 그 마음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그것은 순수한 나에서 오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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