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수 앞에서 털어놓는 경험, 심리상담을 받았던 첫 경험은 대학원 수업 시간이었다.
조직상담심리학 대학원생들은 다수가 인사과에 근무 중이거나, 사람을 많이 대하는 변호사, 판사, 또는 나처럼 조직 생활에 대하여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갖게 된 일반 직장인들이다. 나름 각 직장에서 한창 활발하게 일을 하는 사람들이고 사회적으로 잘 단련된 사람들이다 보니 심리를 말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무슨 외계어인 듯 와닿지도 않고 대부분 자기 얘기를 꺼낼 때는 기계적인 자기 고백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나도 감정을 느낀다거나 자기 자신을 안다는 말이 와닿지 않았던 시간을 몇 년 있었다. 그래도, 약 7년 이상을 꾸준히 한 후에 서서히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날이었다. 그날은 에라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살아온 날들을 털어놓았다. 잠시 침묵 후 교수님이 한 말씀을 하셨다.
수고하셨소.
이 한마디에 망치로 영혼이 한 대 크게 맞은 것 같았다. 당황스럽고 어쩔 줄 몰라하는 마음도 있었고 여러 감정이 한 번에 탁 열리는 듯 내면에 울림이 왔다. 교수님은 내가 했던 말을 기반으로 내 삶에 대해서도 다른 각도로 조망을 해주시고 어떤 면에서 그런 말을 하셨는지도 설명해 주셨다. "그래, 그간 열심히 사셨소. 참 애썼고 수고했소."
누군가가 내 말을 그렇게까지 깊이 있게 들어주는 경험, 그리고 수고했다는 진심 어린 말을 들어 본 경험이 없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아니다. 수고했다는 말은 흔히 하는 말인데, 처음 들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 말을 내가 진심으로 ‘받아들인 ‘ 경험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나 스스로에게 '그만하면 잘했다. 수고했다.'라는 말을 해준 적이 없었다. 비판하거나 통제하는 목소리는 내 안에 크게 자리 잡아서, ’아직 더 해야 해, 더할 수 있어, 그 정도로 뭘 힘들다고 해 ‘라고 계속 채찍질하는 상태가 내 무의식에 있었다. 그러니 살면서 누군가가 ’ 수고했어 ‘라는 말이 좋으면서도 완전히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타인이 나의 이야기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부분까지 조망하고 정리해 줄 정도로 깊게 집중해 준 경험, 그리고 진심으로 그만하면 애썼다 수고했다는 말을 해 준 경험은 내 영혼을 울렸고, 이후 내 마음에 문이 살금살금 열리는 큰 기점이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통해 내가 나를 수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얘기할 수 있다.
오늘도 이렇게 글 쓰느라 수고했네. 용기가 안 나고 멈추고 싶은 마음을 용케도 잘 추슬렀네. 나의 글이 어떤 사람들에게 어떻게 닿을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명쾌하게 떠오르지 않았지? 그래도 좋은 고민이었고 의미 있었어. 한 걸음의 힘을 믿고 오늘 하루는 그만 내려놓자. 충분해. 애썼어, 수고했어. 사랑해.
수고 많았다. 스스로에게 얘기해 보자. 마음 깊이 닿지 않는 다면 오른손으로 왼쪽 심장을 천천히 토닥여주고고, 왼손으로 어깨를 토닥여 주고, 양 팔로 내 몸을 따듯하고 애정 어린 마음으로 안아주자. 마음이 잘 연결이 되지 않을 때 우리에겐 몸이 있다. 몸을 통해 전달해 보자.
이 글을 읽으시는 님, 당신의 삶과 오늘 하루 수고 많으셨습니다. 충분히 애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