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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기록은 꿈이 되어라
Apr 12. 2024
앞선 글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과거 경험과 이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나누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스트레스, 나를 압도하는 상황, 불쾌함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 몸은 과하게 수축됩니다. 수렵시대에 야생의 사자를 만난 선조들처럼 위험을 회피하거나 대응하기 위한 생존 DNA 가 가동되는 것입니다.
나도 모르게 긴장된 근육, 내장기관 등에게 따듯하고 편안하게 말을 건네줍니다.
"어이, 난 지금 사자를 만난 게 아니라니까. 자자, 긴장 풀라고~!"
2. 감정은 과거 경험에 의한 강화, 이성에 의한 왜곡으로 억압되고 뒤틀립니다. 무의식 속에 과거 경험이 나를 뒤흔들어 대는 것을 현재 감정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이성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 감정을 만듭니다. 질투를 친절로, 부끄러움을 분노로, 분노를 침착함으로. 억압된 감정은 무의식 속에 상처로 저장됩니다.
잠시 혼자서 내 마음 안에 일어나고 있는 감정을 바라봅니다. 해석하지 말고 그저 수용하고 바라보기만 합니다. 반복할수록 그 감정의 뿌리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위의 것은 반응이 일어난 후에, 그것을 현재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완화하는 내용입니다.
앞으로는, 반응이 일어나기 전 또는 그 순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게 왜 필요할까요?
우리는 과거의 경험에서 벗어나는 것, 현존하는 것, 반응에 개입하기를 통해 이러한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원하는 것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스스로 방해하는 일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회사원 A 씨] 타 부서와의 프로젝트 그룹 일원으로서 3개월 동안 작은 사업 론칭을 해내야 합니다. 오늘 마침, 상사에게 받은 업무 요청과 프로젝트 그룹에서 하는 업무가 중복되었습니다. 순간 분노가 올라옵니다. 프로젝트 그룹의 일원인 B 씨가 눈에 들어옵니다. 나만큼 바빠 보이지 않습니다. 동료들에게 B 씨 흉을 보기 시작합니다. 이기적이고 무능하다, 일의 전체를 보지 못한다 등등 험담으로 흥분과 분노를 발산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말투도 뾰족하게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 일은 꼭 제가 해야 할까요?" 난처한 분위기가 흐릅니다.
분노로 인한 문제 상황들이 생겼습니다. A 씨는 B 씨와 부서가 다르기 때문에 실제 상황을 잘 모르는데도 그를 무능하고 속 좁은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업무 기한을 조정하거나 한계 상황을 논의하여 대안을 찾는 노력을 했다면 목적에 맞게 나아갈 수 있었을 겁니다.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B군] 건강이 위험할 정도라 살을 빼야 하는 B군은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상담을 통해 탐색해 보니 어린 시절 "넌 뚱뚱해서 어떻게 살래!" "이런 널 누가 널 좋아하겠니!"와 같은 어머니의 말에 잠식되어 그 말에 맞는 상태로 계속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회계사 시험에서 계속 떨어지는 C 양] 모의시험에서는 매우 우수한 결과를 보이는데, 시험 당일만 되면 몸이 아프거나 가는 길에 문제가 생깁니다. 계속 시험에 떨어지는 알 수 없는 경험을 합니다. 자기 탐색에서 자신의 성공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부모에 대한 분노로 부모님을 좌절시키고 싶은 욕망을 발견합니다.
2. 정신적 자유를 느끼게 됩니다.
왜곡된 감정과 과거 경험은 무의식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반복된 삶의 패턴을 만들어 냅니다.
저는 제 안에서 아주 어두운 닻의 이미지를 느낀 적이 있습니다.
암흑 같은 바닷속
질퍽한 늪지에 깊이 박힌 닻
닻에 달린 녹슨 사슬이 바다 물결 따라 느리고 묵직하게 출렁거립니다.
철사슬을 따라가니 바다 위 하얀 배가 있습니다.
푸른 바다 위에 둥둥 떠서 저 멀리 수평선을 희망차게 바라보고 있지만, 무거운 닻과 철사슬에 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배입니다.
산을 오르는 동안 여러 생각들이 정리가 됩니다. 친구와 서운한 일이 있어서 곱씹어 봅니다. 어떤 상황이었을지 친구 입장도 헤아려보고 이렇게 저렇게 얘기를 해 봐야겠다고 정리를 합니다. 그런데 걷다 보니 다시 그 생각에 빠져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해소되지 않는 감정이 반복적인 생각 패턴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일상에서는 인지하지 못하는 반복 패턴이 조용한 산책 중에 선명히 보였던 것입니다.
여러 가지 과거 감정은 시시각각 무의식적으로 나타나고 반복 재생되며 우리를 이리저리 휘두릅니다.
내 삶의 반복 패턴은 오래도록 지속되어 어느덧 세상을 보는 안경이 되어 버립니다.
이 안경을 벗어버린다고, 저 무거운 닻에서 벗어난다고 세상은 전혀 바뀌지 않습니다만,
그 세상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는 그지없는 기쁨과 자유로움이 스며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