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성당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곳의 평안함이 좋고, 일상에 스물스물 잠입하는 사념들이 쉽게 정리가 되는 것도 좋다.
남편은 나를 따라 성당에 다닌다. 거리도 멀고 해서 올해까지만 같이 다니기로 하고 매주 함께 가고 있다. 그는 무표정일 때 얼굴을 찌뿌리기도 하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기도 하는데, 성당에서는 그 표정들이 유독 내 마음을 건드린다. 아니라고는 하지만, 여기 있는게 싫은 걸까? 하는 마음에 그 알송달송하고 알수 없는 표정이 가끔 거슬려 보일 때가 있다.
욱-하는 마음에 잔소리가 툭 튀어나오려는 것을 참고 기도한다. '제 욕심과 조급함을 사랑이나 큰 뜻으로 착각하는 어리석음이 없게 해주세요. 말씀과 힘이 들어갈 곳에 제 조급함이 방해하지 않게 해주세요. 저를 비우고 비우고 비우게 하소서' 욱-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니, 사랑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나를 비우는 것임을 새겨보는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