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드니의 날씨는 최저 11, 최고 18도이다. 시드니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긴팔 티 정도를 입고, 이미 현지인이 된 남편은 두툼한 옷에 수면양말까지 신는다. 사람들 말에 따르면, 지금은 한국 겨울에 몸이 맞춰져 있어서 추운 줄 모르지만, 3년쯤 지나면 이 날씨에도 오한이 온다고 한다.
정말 가지각색인 게, 패딩점퍼, 털목도리, 털장갑까지 한 사람들과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뛰어다니는 사람들를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다.
얼마 전엔 일출을 보려고 바다를 갔더니, 이제 막 어슴프레 해가 떠오르는 추운 새벽에, 몇몇 이들이 바다 수영을 한다고 옷을 훌렁훌렁 벗고 있었다.
이민자들의 나라에서는 서로 다름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으니, 더 큰 범위의 다름에 대하여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다름을 인정하되 불편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이곳은 법이나 규정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단순하고 차별은 없어야 하며 페널티는 과도한 것이 특징인 것 같다. 다름은 인정하나, 규칙에 어긋날 때 사정을 봐주는 인정은 없다.
계절 별 차림이 비슷한 군중 속에 살던 나는, 아직 이곳의 다름이 신기하다. 비슷한 행복과 성공의 기준, 그 무엇이든 고정된 관념에 대해 갑갑했던 사람이지만, 그래봐야 같은 냄비 속에서 같은 양념에 오래도록 함께 맛이 배어진 내 생각의 틀도 그다지 다를 건 없을 것이다. '왜 저이는 저렇지?' 라고 답답해했던 입장도 뒤집으면 피차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겨울이 춥다고 느껴질 때쯤, 내 안에 오래 스며든 착각, 나처럼 타인도 느끼리라는 기대가 사라지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