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관심이 변해서 눈에 잘 띄는 건지, 세상이 변한 건지 잘 모르겠다. 몇년 전 부터 책, 인터넷, 우연히 만난 이들을 통해 깨달음,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3천년 전 고통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여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이뤄낸 작은 붓다들이 세상 곳곳에 드러난다. 이렇게 자신을 드러내주는 분들 덕분에 이런 이야기들이 양지에서 꽃을 피우는 게 참 반갑고, 사회적 관심이 다양하고 풍성해 지는 것 같아서 좋다. 나도 그런 세상 속에 좀더 편안히 수용될 수 있으니 말이다.
깨달음과 더불어 우리는 연약한 인간임을 인정하는 것도 꼭 수반되어야 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면 한낮의 꿈처럼 사라지기도 하는 건, 깨달음도 고통의 모습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 때 존경받던 종교 지도자들이 한 순간의 욕심에 무너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내가 한참 탐구심에 충만하여 심리학, 명상, 춤, 몸, 요가 등을 조금씩 알게 될 때마다, 마음은 온 힘을 다해 응답해 주었다. 깨달음으로, 꿈으로, 신비한 체험으로 응답은 변화무쌍 했다. 오랜시간 밖으로만 헤메던 이가 비로소 자신(SELF)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마치 돌아온 탕자를 기쁘게 맞아 잔치를 벌이는 것 처럼 내 온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차 격렬하게 맞이해 주는 듯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세상이 원하는 모습에 맞춰 살려 애쓰다 보니 어느새 그 충만감은 희미해 졌고, 풍파를 겪고서야 나는 다시 겸연해지고 낮아졌다. 나는, 슬며시 스며드는 욕심, 질투, 불안, 갈망에 언제든 흔들리고, 보지못한 돌 뿌리에 언제든 훅 넘어질 수 있는 인간이다. 그 연약함을 빌어 내 죄의 무거움을 신 앞에 가벼히 내려놓는다. 이도 뜻처럼 쉬이 되지 않을 때도 많다. 내게 가장 큰 짐은 '불안'인데, 조만간 이에 대해 적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