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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가짜 결핍

'왜 늘 부족함을 느낄까?' 질문을 갖고 집을 나선다. 도박 중독을 유도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라스베이거스의 시스템, 슬롯머신 설계 및 심리 연구소, 약물 중독자가 많다는 이집트, 과잉된 문명에 중독된 현대 이전의 삶을 체험하고자 밀림의 소수 부족의 삶 속으로, 절제 속의 궁극의 행복을 관찰하기 위해 베네딕토 수도회로, 우주에서는 지구의 삶을 어떻게 바라볼지 우주선에 연락을 한다. 이 괴짜는, [가짜 결핍]의 작가이자 탐험가 마이클 이스터이다. 책 보다도, 질문 하나로 이렇게 세상을 다니는 사람이 있나 싶어서 작가가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책은 '가짜 결핍: 욕망의 뇌가 만들어 낸 여전히 부족하다는 착각'의 원인을 인간의 두 본능으로 설명한다.


1. 결핍의 고리

간단한 실험에 상상 외의 결과이니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10을 넣고 (1) 규칙적인 패턴으로 20을 얻는 것과 (2) 불규칙 패턴으로 5를 얻는 것 중, 무엇을 선호할까?'


이성적으로는 당연히 수익이 좋은 1번을 선택하겠지만, 막상 행동 후에는 2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슬롯머신 운영방식이 설계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돈을 잃으면서도 흥분감에 슬롯머신 앞을 떠나지 못하게 말이다.


책은 이를 '결핍의 고리 scarcity loop'구조로 설명한다. 우리 뇌가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트리거인데,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기회의 발견(기대), 예측 불가능한 보상(긴장), 즉각적 반복 가능성(흥분의 극대화)이다. 이 세 가지가 만족되면, 10을 넣고 5를 얻었는 데도, 손해가 아닌 이득을 얻은 것 같이 흥분이 된다. 일 중독, SNS 중독, 도박 중독, 쇼핑 중독 모두 마찬가지이다. 결핍의 고리, 학습-갈구-행동의 무한 반복 루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2. 탐색 본능 (탐색 반사)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이 탐험을 하려는 욕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인데, 인간만큼은 그 범위가 남다르다. 지구를 넘어 화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위 두 본능은 과거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예측 불가능한 땅으로 식량을 구하러 나서는 생존 동력으로써 강화되었지만, 이미 풍족한 시대에서 부적절하게 작동되고 있다고 말한다.



심리 강의를 하다 만난 어느 어머니가 자녀의 탈선 문제로 고민이 깊었는데, 일에 묻혀 사시는 분이었다. 딸 문제로 정신과 상담도 다니고, 종교에도 의지하다, 내 강의까지 오셔서 열심이셨는데, 하루는 이렇게 외치시는 것이었다. '딸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겠어요!'

요지는, 고등학생인 딸이 공부 때를 놓쳐서 세상을 제대로 살기 어려울 테니, 본인이 자식 것까지 다 벌어놔야겠다는 것이었다. 자식과의 인간적인 접촉 부재로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그것은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 어머니도 방향이 잘 못 됐다는 것을 내면 깊은 곳에서는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삶의 패턴, 또는 고착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리도 어려운 일이다. 방향을 잃은 채, 학습(보상)-갈구(결핍)-행동의 무한 반복 루프에 중독되면 자신이 고장 나는 것도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남들이 하니까,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어서, 더 가져야 뒤처지지 않고 사람답게 살 수 있다며, 방향 없는 결핍의 무한 루프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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