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중이다.
헌데, 해야 한다는 마음과 하고 싶은가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굳이 강하게 내 강점을 어필해 본 경험이 없던 나는 이 부분에 아주 주눅이 들어있다. 이직 경험이 많음에도 강점 어필 경험이 적은 이유는 첫째로, 아는 이들이 이미 많은 조직으로 들어가거나, 좁은 업계 내 평판 조회가 즉시 가능하니 내 입으로 세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던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둘째로, 여기까지 온 것도 다 운이 좋았지 하며 그간의 노력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려는 과도한 겸손 때문이다. 참, 겸손은 무슨. 잘난 척 같으면 어떡하나 하는 눈치와 낮은 자존감과 부끄러움을, 당신이 전문 가면 사람 알아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책임전가 식 오만함으로 덮고, 그것을 겸손으로 한 겹 더 포장한 것은 아닌지.
문제는 여기는 호주 땅이고, 나를 아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한 장의 종이로, 한 번의 만남으로 강렬한 색깔로 나를 드러내야 한다. 알만한 경력자가 자기 어필에 주눅에 들어있다니, 이 상황을 누가 이해하려나 하던 중에, 링크드 인에 이런 글이 있었다.
'경력자일수록 면접을 더 못 봅니다.'
왜일까?
나도 열정과 패기로 자기 어필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신입사원 면접을 볼 때는 희망과 꿈과 설렘이 가득했다. 첫 직장, 첫 월급. 뭐든 열심히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
반면, 경력에는 성공과 실패가 얽히고 설켜있으니 과거 이야기를 할 때에 온갖 단맛 쓴맛 신맛을 어찌 풀어내야 할지 복잡해지는 것이다. 이력서는 성공 사례를 어떻게 잘 나열하는가가 중요하다. 사회적인 양식은 모두 '명(明)'을 요구하는데, 실제 그 업무에는 명암(明暗)이 모두 있었으니 그저 자신 있게 '해냈다'는 단면만 얘기하기에는 좀 꺼림칙하기도 하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풀어내는 능력, 그 일을 할 수 있냐는 것에 확실한 답변이 필요한 것이지 채용자는 구구절절한 것을 궁금해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오만함을 걷어내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에게 나의 업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나의 비전과 메시지에 전달력이 있어야 한다. 선명하게 나의 색깔을 남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