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제
학창 시절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늘 금방 차려진 밥상에 앉아 따끈한 밥을 먹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집에서 왕복 3시간이 넘는 회사에 다니면서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저녁은 늘 늦은 시간에 먹게 되다 보니 장염, 소화제를 달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저 학교만 다니면서 얻어먹던 엄마의 밥상이 그리워지는 시기가 나에게는 빨리 찾아온 것 같은 생각도 든다. 평일 점심은 늘 팀원들과 함께했다. 신입사원이어서 긴장한 탓, 추운 겨울의 탓이었을까 나는 점심식사 후 속이 안 좋은 날이 대부분이었다.
#2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점심을 먹은 후 속이 불편했다. 수족냉증인 나는 날씨가 조금만 차가워지면 손발이 얼음장처럼 시렸다.
체기 때문에 손이 차가웠던 건지, 수족냉증 때문에 손이 시렸던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지만 아무튼 속이 아팠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사람과 함께 회의실에서 면담을 하게 되었다. 나는 속이 불편해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회의실은 또 왜 이렇게 추워…
그 사람은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 한마디와 함께 회의실을 나갔다.
얼마 후, 숨이 차 호흡을 가다듬는 그가 한 손에 무언가를 들고 왔고, 그것을 나에게 건넸다.
“이거 마셔요.”
“감사합니다.”
그 사람은 1층 편의점에서 나를 위한 소화제를 사 왔다.
창문이 열려있어 온도가 낮은 회의실 속 코와 손이 시린 나는 소화제 하나에 모든 감각이 열대지방처럼 따뜻 해지는 착각에 빠졌다.
그날 이후 겨울이 끝나기 전까지 그는 나에게 여러 번의 소화제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