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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뺑그이 Jan 22. 2023

엄마와 밥을 먹었습니다.

아 이거 머거 바라.


아.라.따.


이거도 좀 묵꼬.


아.라.따.


김치 맛 들었제.


어.


콜라도 한 개 사 놨다.


아.라.따.


니 가졌을 때 콜라가 그래 땡기데 그래가 니가 그래 콜라 좋아하는 갑다.

 

아.라.따.


그라고 내복은 왜. 안 입노. 읍나. 하나 사주까.


아.라.따.


요새 을매나 춥다고. 사람은 몸이 따시야 된다.


아.라.따.


국 좀 더 퍼주까. 궁물만 떠 먹노.


아.라.따.


니 어제도 술 뭇나. 건더기도 무라. 고기 마이 너따. 술도 적당히 무야지. 적당히.


아.라.따.


하이고. 술 무면 남자들 간댕이가 커져가꼬 내가 내께. 내가 내께. 2차 가자. 3차 가자. 서로 낸다고 싸운다. 우습지도 않다. 니도 그라고 댕기제. 종일 고생해서 번돈 아깝지도 않은기라. 그기 술 무면 간이 부어서 간댕이가 커지니까. 그라는 기라. 한푼 두푼 모아야 장가도 가고 애도 키우고 집도 사고 할낀데. 술이 문제라. 술이. 저기 우리 구포 살 때 엄마 친구 안 있나. 엄마랑 같이 일했던 지야 이모라꼬. 모리겠나. 키 엄마보다 좀 작고 딸이 니 동갑이다이가. 나영이. 왜 니한테 용돈도 몇 번 주따이가. 그 이모 신랑이 맨날 술 묵고 때리뿌시고

몬 산다 집 나간다 하면 술 깨서는 잘못했다 하고. 또 술 묵으믄 또 때리뿌시고. 하이고 어떤 날은 눈티가 밤티가 되가꼬 동네 챙피스릅구로 고개도 몬 들구로 그래 사람 괴롭히드만......


요.번.에.안있나.간암으로.죽으뿟따이가.하이고. (들을 사람도 없는데 누가 듣는다고 갑자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아.라.따.


니도 술 그래 먹다가 갑자기 아프믄 우얄라꼬. 돈 쓰제. 몸 버리제. 내일 피곤해가 일하기 힘들제. 그 독한 거 머가 맛있다고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요새 추브가 술 묵고 길에 잠이라도 들어 봐라. 소매치깅강 오해 받으까. 봐도 휙 지나치뿐다. 옛날에 길에 누븐 사람 보믄 니 아인가 싶어가 엄마가 요래 슬쩍 얼굴 훔쳐 본적도 있다아이가. 호호호 아이고마 참 우숩따


아.라.따.


맨날. 아.라.따.아.라.따.만 하지 말고.  


아.라.따.고.


궁물 좀 더 떠다 주까.


아.대.따.고.


마따. 집에 김치는 다 무가나.


아.라.따.


김치 다 무가냐니까 뭔 아라따고.


아.라.따.다.아.라.쓰.니.까. 밥이나 묵자.


누가 몬 묵게 하나. 무라. 근데 밥 다 물라믄 궁물 더 있어야겠는데. 딱 보이 좀 있다가 목 맥히겠는데.


아.라.따.


그래. 국그릇 이리 주바라. 가스 좀 키까?


아.라.따.


뜨그븐기 속 푸는데는 더 났다이가.


아.라.따.


밥도 쪼매 더 물래? 엄마 일어난 김에.


라. 따. 라. 따. 아. 라. 따. 라. 따. 라. 따. 아. 라. 따.


뭐라꼬? 야가 지금 머라카노. 그래 요새 만나는 아가씨는 없나? 니도 이제 나이가 나이다이가. 


하아아.




엄마 요즘에 뭐 별 거 없나.


아픈 데는 없나.


필요한 거 없나.


인터넷으로 사면 싸다. 필요한 거 내한테 말해라 괜히 바가지 쓰지 말고.


깜순이 설사한다고 검사하고 동물병원에서 유산균 알약 3만 원 주고 샀다는 거 인터넷에 6천 원이드라.


늦기 전에. 더 늦어지기 전에.


날 풀리면 해외여행이라도 한 번 갈래?


늦기 전에. 더 늦어지기 전에.


날 풀리면 큰병원에 정밀건강검진 받으러 갈래. 친구 엄마 늦게 발견해서 담배도 안 피는데 폐암 3기라드라.


외할매는 잘 있나. 소고기라도 드시라꼬 좀 보내까.


말해야지 말해야지 했던 거는 정작 하나도 꺼내지 못하고 짜증만 내며


엄마와 밥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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