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부모로 성장하는 하와이 태교여행
하와이의 바람은 생각보다 더 따뜻했고, 햇살은 부드럽게 피부 위에 내려앉았다. 와이키키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숨을 고르던 순간, 문득 깨달았다. 예전 같으면 바다를 향해 달려 나갔을 내가, 이제는 한 박자 쉬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임신 후, 나는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내 의지대로 움직이던 몸은 이제 더 이상 온전히 내 것이 아니었다.
쉽게 지치고, 불시에 잠이 쏟아졌다. “괜찮아, 조금만 쉬고 가자.” 스스로를 다독이던 말은, 어느 순간부터 내 일상의 새로운 리듬이 되었다.
핑크 트롤리를 타고 알라모아나 센터에 갔던 날도 그랬다. 20분을 기다려 타고, 또 20분을 달려 도착했지만, 무더위에 금세 지쳐버렸다. 결국 쇼핑은 포기하고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하나로 목을 축인 뒤, 두 시간 만에 숙소로 돌아와 깊은 잠에 빠졌다. 예전 같으면 억울하고 아쉬웠을 텐데, 이번에는 그 잠이 꼭 필요한 쉼처럼 다가왔다.
하나우마베이에서도 물속에 뛰어들기보다는 그늘 아래에서 눈을 붙였다.
파도와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대신, 바닷바람에 살짝 기대어 잠드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남편은 물속에서 열심히 수영을 하다가도, 내가 눈을 뜨면 금세 다가와 “괜찮아?” 하고 물었다. 그 짧은 한마디에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내가 예전처럼 활발히 움직이지 않아도, 그는 내 곁에서 묵묵히 여행을 함께하고 있었다.
머스탱을 타고 달린 72번 국도의 풍경도 절반은 잠결에 놓쳤다.
하지만 창문 사이로 스쳐 가는 바람과, 핸들을 잡은 남편의 옆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여행 중’이라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제는 풍경을 온전히 보지 못해도 괜찮았다. 중요한 건 나와 아이, 그리고 우리 둘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달라진 건 체력만이 아니었다.
화려한 비키니를 장만했지만, 어중간하게 나온 배 탓에 그대로 가방 속에 남았다. 저녁의 낭만은 술 한 잔 없이 싱겁게 흘러갔지만, 대신 쇼핑몰에서는 내 옷 대신 아기 옷을 고르는 나를 발견했다. 아직 뱃속에 있는 아기를 위해 두 살짜리 옷까지 미리 사는 모습에서, 나는 이미 ‘엄마’가 되어 있었다. 그 옆에서 남편은 옷걸이를 들고 “이건 어때?” 하고 묻곤 했다. 작은 아기 옷을 들고 웃는 그의 모습에, 우리 앞에 펼쳐질 새로운 시간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결국 이번 하와이 태교여행은 쉼과 관찰의 연속이었다.
파도보다 내 안의 변화를 더 크게 바라보았고, 풍경보다 우리 가족의 시작을 더 깊이 마주했다. 삶이 달라진다는 건, 단순히 예전처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방향을 바꾸는 일, 다른 풍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일이다.
하와이의 햇살 아래에서 나는 알았다.
이 변화는 끝이 아니라, 부모라는 새로운 삶을 향한 시작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시작을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앞으로의 길이 든든해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