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부모로 성장하는 하와이 태교여행
하와이는 연중 따듯한 수온, 풍부한 먹이, 그리고 산란과 휴식에 필요한 해안환경을 갖추어 바다거북이에게 이상적인 서식지다. 현지 언어로 '호누(Honu)'라 불리는 바다거북은 하와이 사람들에게는 행운과 수호의 상징이며, 고대 신화 속에서는 가족을 지키는 수호신 '아우마쿠아(Aumakua)'로 신성하게 보호받았다.
관광객들 또한 거북이를 존중하는 문화와 규칙을 배우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내는 공존의 장을 경험한다. 그래서 하와이는 거북이에게, 그리고 여행자에게도 안식처가 된다.
딩크족은 아니었지만, 나는 한 번도 '엄마가 된 나'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내 삶의 우선순위는 언제나 '나 자신'이었고, 무조건적인 희생을 통해 아이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는 엄마의 모습은 나와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임신한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이것이었다.
'태어날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거북이투어 만난 '호누'는 내 고민에 조용히 답을 건넸다.
에메랄드 빛 바다 속을 유영하던 거북이는 숨을 고르듯 수면 위로 올라왔고, 수많은 관광객의 시선 속에서도 거북이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거북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바다거북과 한 공간을 나눴다.
그 모습은 '공존'이란 무엇인지 단순하고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공존이란 억지로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존중의 거리를 두고 서로의 삶을 인정하는 일임을.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조금 풀렸다.
사실, 임신이 시작된 순간부터 내 몸은 이미 아이와 공존하고 있었다.
내몸은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었고, 태동이 파도처럼 밤마다 밀려와 내 삶의 리듬을 바꾸어 놓았다.
나의 중심은 천천히 아이로 이동했다. 식습관이나 취미생활 같은 일상의 선택에서부터 경력과 미래에 대한 삶의 방향성이 아이로 바뀌고 있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아이를 낳는 '출산'을 넘어, 아이와 '공존'을 위해 삶의 모든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것이었다.
이제 나는 나의 고민에 스스로 답한다.
'내가 좋은 엄마로, 아이에게 좋은 안식처가 될 수 있을까?'란 고민보다,
이미 아이와 함께 만들어지고 있는 일상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조금씩 성숙해지는 것으로 충분하다.
'존중의 거리'를 통해 아이와 함께 삶을 써내려가는 엄마의 모습을 갖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