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계획이 빗나간 자리에 피는 행복

#03.부모로 성장하는 하와이 태교여이 태교여행

by 해삐닝

오하우 섬 동남쪽, 화산 분화구가 바닷물로 채워져 형성된 천연 해양 보호구역. 산호초와 형형색색 열대어가 가득해 스노클링 천국이라 불리며, 방문객 수 제한으로 티켓팅이 필요한 하와이에서 가장 인상적인 해변.

하와이어로 '굽은 만'이란 이름처럼, 분화구가 휘어진 채 바다를 품은 '하나우마(Hanauma)'.



SNS에서 ‘하와이에 가면 꼭 가야 한다’는 말에 너도나도 찾아가는 하나우마베이.

우리 역시 그 계획을 세웠고, 첫날 티켓팅 실패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이틀째 다시 도전해 무리한 일정 속에 다녀올 수 있었다.

그곳은 소문처럼 눈부셨고, 분명 최고의 해변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 72번 국도를 달리며 만난 해변들은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붙잡았다.

차를 멈출 때마다 펼쳐지는 풍경은 하나우마베이에 못지않게 충분히 빛나고 있었다.


그때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꼭 하나우마베이가 아니었어도, 어떤 해변을 가도 행복했겠는데?”


계획대로만 흘러가야 행복할 거라 믿었던 마음이, 그 한마디에 스르르 풀려버렸다.






우린 '계획 임신'을 위해 숫자를 세고, 날짜를 맞추며 임신을 준비했다.

임신은 늘 축복이라 말하지만, 축복 앞에서도 우리는 끝내 안심하지 못한 채, 통제와 준비 속에서 '축복'을 바랬다.


3개월 전부터 임신 영양제를 먹으며 술을 끊고, 산전검사를 마쳤다. 하지만 결과 수치가 썩 좋지 않아 계획보다 서둘러야 했고, 그런데도 감사하게 바로 아이가 찾아왔다.


임신 사실을 확인한 기쁨도 잠시,

또 다른 계산이 우리를 따라왔다.


출산 시점은 내 승진 시점과 겹쳐있었고, 아이의 예정일은 1월 1일로, 사람들이 좋다고 한 연초생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아이의 학년, 입학 시기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이 우리를 압박했다. 괜히 내심, 아이가 내년 첫날에 태어나길 바랐다.


여전히 '남들이 말하는 좋은 기준' 속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출산 시기보다 더 고민하고 있던 건, 어떤 육아용품을 사야 할지였다. 인스타그램 속 완벽한 아가방,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육아필수템.


온라인에는 준비사례가 넘쳐나고, 우리도 그만큼 해야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생겼다.


한 생명을 맞이한다는 중압감은 '성숙한 부모'가 되기를 고민하기보다, 어떤 물건을 언제, 어떻게 사야하는지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의 출산조차도 우연보다 '내가 잘 선택했다'는 안정감이 필요했나보다.


정작 중요한 건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우리의 태도이며, 태어날 아이에게 어떻게 성숙한 부모가 될지를 고민하는 것 같다.


아이는 우리의 계획표가 아니라,

아이 자기만의 때를 따라 우리에게 찾아왔고,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계획이 아닐까?


이제는 느낀다.

계획을 위해 애쓰는 것도 필요하지만, 계획이 빗나간 자리에도 다른 행복이 얼마든지 피어난다는 것을.


우리가 바랄 것은 단 하나,

태아가 원하는 순간에 건강하게 나와 안전하게 품에 안기는 일뿐.


그때가 언제든, 우리가 준비할 것은 단 하나,

지금보다 성숙한 부모가 되어 아이와 행복할 마음의 준비.

keyword
이전 02화선셋, 부모가 된다는 의미를 되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