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의 삶의 기준이 아이로 향한다

#05.부모로 성장하는 하와이 태교여행

by 해삐닝

안전하고 의료시설과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하와이는 태교여행은 물론, 가족 여행지로도 손꼽힌다. 비교적 짧은 비행시간으로 바다와 산, 역사와 동물, 도시와 쇼핑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비행기에서도 이미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았다.


특히 눈에 띈 가족은, 아직 혼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작은 아기와 함께 여행하는 젊은 부모였다. 처음 그들을 본 순간, 큰 경외심이 들었다. 큰맘 먹고 떠나는 하와이 여행을, 저런 아기와 함께 시작하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바로 우리 좌석 옆자리에 그 부부와 아기가 있었다!

임신 중 비행이 몸에 부담될까, 추가비용을 내고 선택했던 자리인데 가장 시끄러운 자리로 바뀔 것 같았다.

역시나 비행기가 시작되자 아기는 울기 시작했고, 초보 부모는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아기를 챙기느라 바빴다.

밤 11시 출발 비행기로 모두가 잠든 고요한 비행기 안에서, 아기는 환경이 불편한지 밤새 칭얼댔다.


하지만 예전 같았으면 아기 울음소리에 신경이 날카로워졌을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이번엔 달랐다.


“오빠, 예전 같았으면 짜증났을 텐데… 지금은 이해되고, 오히려 고생한다고 느껴지네.”


밤새 아기를 달래느라 녹초가 되어가는 그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아기와 여행하는 우리의 미래모습을 상상했다.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면, 아마 저 부부처럼 아이와 떠나는 힘든 여행을 하겠지?"


임신을 하며 단순히 몸만 변한 것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도 천천히 엄마아빠가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실제로 임신 중 호르몬 변화는 감정을 예민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공감 능력을 성장시킨다고 한다. 특히 임신 중기부터 활성화되는 ‘모성 뇌(maternal brain)’는 보호 본능과 공감 능력을 강화한다고 한다. 이런게 바로 모성애일까?


단순히 출산을 한다고해서 엄마가 되는 것이 아님이 실감이 난다. 뱃속 성장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미래를 그려보고,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될 것인지를 고민하는 심리적 준비와 자기성찰의 과정이 필요함을 느꼈다.


아이는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까? 어떤 성격을 지닐까?

아이의 미래 모습에 대한 고민을 넘어, 태어난 아이에 맞춰 우리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이 든다.


이렇게 부모가 된 우리의 모습을 성찰해보는 과정은 여행 내내 이루어졌다.

노을지는 바다 앞, 그림자만 남은 가족의 모습을보며, 아이를 향한 사랑과 행복을 생각해봤다.

지칠 때까지 아이와 놀아주는 부모들의 표정을 통해 부모의 기쁨과 고충을 느껴봤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와 떠난 20주차 태교여행이지만, 처음으로 셋이 함께한 여행이란 의미도 담아본다.


뱃 속의 아이와 임산부를 고려해 평소보다 느긋하게 세운 여행 계획처럼,

이미 우리의 삶이 새로운 기준과 아이 중심으로 바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20250821_192610.jpg


keyword
이전 04화하와이 바다거북에게 배운 '공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