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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규 Nov 08. 2019

우리가 겪을 전쟁의 표정

실패하면서 성공하는 게임, This war of mine


<실패하면서 성공하는 게임, This war of mine>

 오늘은 <We become what we behold>와 같이 인스피레이션 게임 중 하나라고 분류되는 This war of mine과 함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게임은 ‘11bit Studio’에서 2014년에 개발 유통한 전쟁 생존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현재 STEAM에서 21,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This war of mine은 그 이름처럼 우리-민간인의 입장에서의 전쟁을 경험시켜준다. 흔히 전쟁게임은 잘 죽지 않거나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캐릭터로 적을 멋지게 무찌르거나, 전쟁을 지휘하는 장군의 입장이 된다. 그러나 이 게임은 시점은 비틀어 독특한 체험을 준다.

  이 게임은 ‘실패의 수사학‘을 사용한다. 다시 말해 <This war of mine>은 기본적으로 실패하도록 만들어진 게임이다. 높은 난이도 때문에 공략을 보고 플레이하지 않는 한 대다수의 플레이어가 캐릭터의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게임의 방식이나 난이도를 생각했을 때 플레이어가 오래도록 생존하는 목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쉽게 생존할 수 있는 것은 게임의 취지와 맞지 않아 보이기까지 하다. 생존에 실패하도록 창작자가 유도하는 이융 중 하나는 그것이 ’전쟁의 참혹함‘이라는 주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이런 메시지가 나온다.    


“현대전에선,,, 당신은 아무 아무 이유 없이 개처럼 죽을 것이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실제로 전쟁에서 민간인이 쓰레기를 뒤지고 이웃집을 도둑질해가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 생존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죽어갈 것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성을 버려야 할 가능성이 크다. ‘내 아내를 위한 약이니 제발 그것만은 가져가지 말아주시오’라고 외치는 노인을 무시하거나 흠씬 패버린 후에 약을 훔쳐왔던 경험은 이 게임에서 내가 한 가장 충격적인 경험이다. 전쟁은 어떤 것인가? 참혹한 전쟁 속에서 나는 어떤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가? 남의 물건을 빼앗아서라도 생존할 것 인가?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딸이 옆에서 굶어죽어 가는데도 지켜만 볼 것인가? This war of mine은 게임의 난이도를 의도적으로 높게 설정함으로써 전쟁에서의 생존이라는 표면적 게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한다. 플레이어는 생존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의 실패를 통해 여타의 게임과 달리 질문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는 실패가 곧 성공이다.



*해당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이미 기고한 글의 일부를 발췌했음을 밝힙니다.

아트인사이트 기사 전문 링크: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4531

#아트인사이트 #artinsight #문화는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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