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 테마가 반복되는 이유

뮤지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리뷰

by 김인규

기억 상실이라는 테마는 강력하다.


기억과 추억이 소중하기 때문이고 그 이유는 기억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한 수업에서 좀비영화 '부산행'을 분석한 적이 있다. 주인공이 치매를 겪는 '살인자의 기억법'과 함께 작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수업에서 한 교수님은 인간, 비인간(좀비)의 구분은 무엇보다 기억에 있다고 말했다. 인간은 기억의 연속성을 가지고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해나가며 한 기억의 연결고리가 끊어질 때 그를 같은 존재로 인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래서 치매는 슬픈 질병이라고 말했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우리가 기억하던 당신은 이미 이곳에 없게 되는 병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했던 소중한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오늘의 기억이 내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건 분명히 슬픈 일일 것이다.


함께 했던 그 시간까지 정말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으나 그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기억상실'이라는 테마가 클리셰처럼 여러 작품에서 반복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뮤지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사고로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여주인공이다. 그녀는 '남자친구' 및 친구들과 함께하며 매일매일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면서도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나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변인들도 매일이 한 번뿐인 주인공 '히노 마오리'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남자친구이던 '가미야 도루'는 어느날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녀가 매일 같이 그와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상처받을 것을 우려한 친구 '와타야 이즈미', '사에구사 켄토' 등은 그녀가 의지하는 기록에서 남자친구의 흔적을 지워버린다.


하지만 남자친구인 도루의 추천으로 그리기 시작한 그림을 통해 기억 상실 증상이 나아지며 자신의 기록에 조금씩 위화감을 느끼던 마오리는 도루의 존재를 궁금해하게 된다. 결국 주변인들도 그녀에게 그의 존재를 숨기기를 멈추게 되고, 그들은 함께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며 추억한다.


풋풋하고 설레는 청춘 로맨스에 아련하게 마음을 흔드는 기억상실 서사를 담은 전형적인 스토리다. 원작 독자들의 사랑에 힘입어 국내에서 전세계 최초로 뮤지컬로 제작됐다.


뮤지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일명 <오세이사>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지난 6월 13일 개막해 는 8월 24일까지 공연된다. 배우와 아이돌, 개그우먼 출신이 함께하는 이번 캐스팅에도 관심이 모인다.


남자친구 '가미야 도루'역에는 이준, 윤소호, 김인성이 캐스팅됐다. 기억상실에 기달리는 '하노 마오리'역은 장민세, 솔빈이 맡았다. 장민제는 데뷔하자마나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신인상 여자 부분을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최근 MBC 복면가왕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이돌 라붐 출신의 배우 솔빈의 첫 뮤지컬 도전도 주목된다.


첫 뮤지컬 도전을 시도하는 사람은 솔빈뿐이 아니다. 개그우먼 나현영은 이번 작품에서 히노의 곁을 지키는 절친한 친구 '와타야 이즈미' 역을 맡았다. 다양한 뮤지컬과 연극을 시도해온 오유민 배우도 함께다.


원작에는 없으나 뮤지컬에 추가된 인물 '사에구사 켄토'역세는 신은총과 임기홍 배우가 캐스팅됐으며 김태한 배우는 도우 아빠 '가미야 유키히고'역을 맡는다.


이처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실력파 배우들이 이번 공연을 장식한다. 정통 배우들이 준비하는 무대도 좋지만 이번 뮤지컬에서는 그간 만나보지 못했던 다양한 매력을 즐겨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이다.


다만 그만큼 공연의 편차는 존재할 수 있다. 이들의 새로운 도전을 귀엽고 너그러운 맘으로 바라봐줄 수 있다면 더욱 즐겁게 무대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반갑고 새로운 얼굴들의 등장과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통하는 강력한 서사, 발랄한 음악과 함께할 수 있는 뮤지컬 오세이사가 관객들을 기다린다.


아트인사이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6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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