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은 랩을 하고 조선인을 시조를 읊는다

[리뷰] 흑인, 아니 조선인의 소울 -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by 김인규


지난 2019년 초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지난 6월 20일부터 서울 홍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전통과 현대를 세련되게 결합한 감각적인 연출과 개성있는 캐릭터, 대중성과 고유성을 동시에 갖춘 음악으로 차별화된 매력을 보이던 창작뮤지컬이 다시 한 번 돌아온 것이다.


제8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앙상블상,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녀신인상 수상 및 11개 부문 노미네이트, 이후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안무상·남우신인상 등을 수상하며 대한민국의 대표 창작뮤지컬로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입증한 이 작품은 한국적인 매력을 듬뿍 담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국내 대표 창작뮤지컬로 자리매김하고 있따.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당시 사회에 존재하던 신분의 격차, 불합리한 사회상에 대한 서민들의 아픔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시조'를 채택한다. 이는 마치 흑인들이 랩을 하던 것과 같다. 잘 알려졌듯이 힙합 문화는 1970년대 뉴욕 브롱스 남부의 빈민가를 중심으로 촉발됐으며 그들 삶의 애환과 아픔을 담은 솔직한 자기 표현의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 작품에서 시조의 역할도 동일하다. 사람들은 시조를 부르고 춤추며 삶의 고통을 해소하고 현실을 버터낸다. 심지어는 1년에 한 번씩 국가 차원에서 열리는 '전국시조자랑'에 참여해 임금의 눈에 들면 시조대판서로 임명돼 국정에 관여할 수도 있다. 시조는 서민들의 애환이 표출되는 수단이자 왕에게까지 전달되는 상소문의 역할을 겸했던 것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국정 운영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대신 '홍국'은 임금의 눈을 가리고 자신의 뜻대로 권력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시조대판서를 음해해 궁 밖으로 쫓아낸다. 그리고는 서민들의 시조를 금지하며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탄압한다.


작품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시조가 탄압받는 시기 사회의 변혁을 꿈꾸는 '골빈당'은 저잣거리에서 시로를 읊고, 그들 중 누군가는 서민들에게 몰래 시조를 가르치며 그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자 한다. 주인공 '단'과 '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사가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가운데 주인공의 숨겨진 출생의 비밀과 골빈당에 합류해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과정은 감동적이다.


이 서사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 구조를 갖추고 있다.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에 입각한 플롯이다. 가장 인기있는 서사구조이자 플롯인 만큼 스토리는 탄탄하고 흥미진진하다. 주인공들의 여정을 방해하는 대립자의 역할이 명확히 설정돼있고 조력자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주인공은 성장하며 극은 풍성해진다.


이 작품은 이러한 매력적인 서사와 고유성을 인정받아 해외에도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K-뮤지컬 로드쇼 인 런던’에 선정돼 런던의 릴리안 베일리 스튜디오에서 첫 해외 쇼케이스를 선보였으며 올해는 ‘K-뮤지컬 영미권 중기 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돼 본격적인 런던 쇼케이스를 앞두고 있다.


오래된 고전 서사들과 달리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창작뮤지컬은 서사구조나 음악에서 엉성함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미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만큼 이미 완숙한 수준에 들어선 작품이라는 감상이 들었다.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이번 시즌에 작품을 연기하는 배우들도 뛰어났다.


실제로 제작진들은 배우 선발에 있어 공정하고 신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신인 등용문'으로 불린다는 명성만큼이나 많은 1794명의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초,재연에 참여한 배테랑 배우들을 포함해 14명의 배우가 이번 작품에 캐스팅됐으며 이번 무대를 통해 데뷔하는 5명을 포함한 총 32인의 캐스팅 라인업이 완성됐다.


한국의 색채를 높은 완성도로 담아낸 이번 작품은 독창적이고 흥미롭다. 한국인이라면 더욱 쉽게 공감하면서 웃을 수 있는 지점도 많아 즐겁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한동안 입가에 작품 속 노래들이 맴돌았다.


필자가 좋은 작품을 구분하는 개인적인 기준이 하나 있다. 작품이 끝나고 난 후 배우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생각해보는거다. 이번 작품은 커튼콜 내내 작품 속 인물들이 튀어나와 인사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끝까지 인물들에 대한 몰입이 깨지지 않았고 즐거운 기분은 공연장 밖까지 이어졌다.


‘흥’으로 하나되는 무대, 다시 외쳐보는 ‘오에오!’ 한국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조선!>은 오는 6월 20일(금)부터 8월 31일(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억상실 테마가 반복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