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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Jul 24. 2022

03. 친구와 같이 살아본 적 있으신가요?

#2 친구와 함께 살 때 겪을 수 있는 일들

1) 외동딸과 삼 남매 중 둘째


삐래)

 친구와 함께 살기로 결정하면서 각오는 했지만, 너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오픈되어있었다. 무남독녀 외동딸로 평생을 지내온 나는 나만의 공간이 없다는 것이 불편했고,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이 익숙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특히 방귀를 뀌는 행위가 너무너무너무너무 부끄럽고 쑥스러웠다. 뽀옹 하고 소리가 나오는 순간이 너무 창피했다. 그게 뭐라고 참.


 매일 같이 방귀를 참는 통에 내 배는 늘 부글부글. 여기서 반전은 잠을 자는 동안 낮에 못 뀌었던 방귀를 새벽 내내 뿌우우우우우우웅하고 계속 뀌었다는 거다. 이럴 거면 왜 참은 거냐?




이뽈)

 삼 남매라는 것은 주거 공간에서 공동의 영역이 개인의 영역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우리 집은 대저택이 아니거든. 게다가 한국에서도 멜버른에서도 언니와 한 방을 썼기에 프라이버시? 그게 뭐죠? 있다 없으면 몰라도 애초에 없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삼 남매 사이의 둘째라는 건 빠른 상황 판단과 적응력 및 생존력이 DNA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새로운 셰어 메이트와의 생활이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개인 공간이 없다는 거 알고 같이 살기로 했는데 뭐. 이 정도도 각오 안 했겠어?




2) 이게 맛있어, 저게 맛있어


삐래)

 룸메이트가 생기는 것은 무언갈 깨닫는 일 투성이었다. 제일 처음 피부로 느꼈던 건 음식이었다. 이뽈네 집 음식과 우리 집 음식의 스타일은 180도 달랐다. 우리 집은 부모님께서 맞벌이셨고, 내가 혼자 먹는 것이 익숙하여 '음식은 간편하게'라는 생각으로 인스턴트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었고, 거의 모든 음식에 청양 고추가 들어가서 조금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집이다. 이뽈네는 당연히 외식 음식이라고 생각했었던 돈가스, 순대, 감자탕 등 거의 모든 음식을 만들어먹는 집이었다.


 내가 살면서 더 신기했던 건 조리방법이었다. 같은 김치찌개의 스타일이 전혀 달랐다는 것! 우리 집은 국과 찌개의 경계선이 아주 명확한 집이라서 김치찌개의 국물 30, 건더기 70인 반면 이뽈 네는 내 기준 국과 같은 찌개였다. 같은 요리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1년 동안 집밥 이선생의 음식 영향으로 이뽈네 레시피 요리를 많이 먹게 되었다. 덕분에 내가 남들보다 조금 짜게 먹는다는 사실과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식 관련 관심 분야가 다르다 보니 함께 장을 볼 때 자연스럽게 맡는 분야가 정해지게 되었다. 나는 냉동식품을 이뽈은 야채와 고기를 담당했다.




이뽈)

 다른 부모님 아래 다른 집에서 자란 우리의 입맛은 너무 달랐다. 먹는 것의 행복을 함께 공유하는 좋은 친구라 자부했는데 서로 생각하는 ‘맛있는 맛’에 대한 정의가 달랐다. 나는 고추장과 야채를 넣어 만든 연어 볶음을 너는 연어회와 연어 초밥을 선호했고 나는 음식을 가스레인지에 데우는 것을 너는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것에 익숙했다. 부침개는 얇고 바삭하게, 라면은 꼬들꼬들하게, 찌개와 탕에는 국물이 재료보다 많아야 하는 나와 너의 식성은 정반대였다. 나는 찍먹, 너는 부먹. 우린 서로의 입맛에 적응해야 했고 나는 냉동식품과 탄산을 너는 과일과 주스,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평소보다 자주 먹게 되었고 너는 처음 만들어보는 국물이 많은 찌개와 탕에 따로 소금을 쳐서 먹었다.

입맛은 달라도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지


3) 할삐래와 잠꾸러기


삐래)

 나는 아무리 오래 자려고 해도 최대 수면 시간은 8시간이다. 어김없이 아침이 되면 자동적으로 번쩍 눈이 떠진다. 이뽈은 아직도 꿈나라. 다시 잠을 청해보려 노력하지만 안된다. 나는 꼼지락꼼지락 이층에서 이뽈이 깨지 않게 조심히 내려온다. 동네 한 바퀴 산책 후 마당에 있는 트램펄린을 탄다. 여전히 새근새근 자는 이뽈이 신기할 뿐이다.

 '아니 근데, 너무 오래 자는 거 아닙니까!! 신생아입니까!!!?'




이뽈)

아침부터 부스럭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 이삐래다. 머리로는 일어나야 한다고 하지만 몸은 일어날 기미가 없다.

 ‘(이불속에서) 삐래가 배가 고플 텐데… 일어나야 되는데… 10분만 더 있자. (다짐한 듯) 오케이 딱 5분만…’ 그렇게 다시 잠에 든다. 편한 마음은 아니지만 어쨋튼 새근새근 잘도 잔다.

 '아니 근데, 일 안 하는 주말에 늦잠은 선택이 아닌 필수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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