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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Jul 25. 2022

04. 해피 홀리데이

#1 소소한 행복을 찾아서

 휴온빌이 아름다운 이유는 맑디맑은 하늘과 이웃집 정원에 피어있는 꽃 때문이다. 집집마다 형형색색의 장미꽃이 피어있다. 여기가 바로 고양 국제 꽃 박람회. 정원 가꾸는 사람들과 인사도 나눈다. 당신의 정원을 좋아한다고 말을 건네니 무척이나 좋아한다. 낮은 담벼락 덕분에 공짜로 멋진 정원을 구경할 수 있다. 핸드폰 기본 배경화면 같은 샷을 건지는 건 여기서 그리 힘든 일도 아니다. 그렇게 집집마다 피어있는 꽃향기에 취하다 보면 산책길에 들어간다. 워크보드를 기준으로 한쪽에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다른 한쪽으로는 낮은 덤불과 나무가 줄 지어 있다. 어미 오리를 졸졸 따라가는 새끼 오리 대여섯을 구경하고 멋진 뷰를 바라보며 간식을 먹는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가 예정하는 그 산책길에서 뱀을 보고 우리는 목숨은 하나라며 발길을 끊었다.

호주 휴온빌_꽃이 피어있는 동네

 자 이렇게 우리가 휴온빌에서 놀 수 있는 곳이 딱 하나로 좁혀졌다. 바로 휴온 강. 주변에 놀 곳 하나 없는 휴온빌에 휴온 강은 보석 같은 존재이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도 많고 BBQ 장소도 많다. 집 앞이지만 소풍 나온 것 같은 기분에 설렌다. 무료 바비큐 시설에서 우리는 소고기랑 돼지고기 구워 먹으며 한잔 걸친다. 셰프의 킥은 바로 ‘AUD $2짜리 마늘빵’. 고기에는 마늘빵이라는 새로운 룰을 세워본다. 쉴 새 없는 먹방이 끝나면 배를 퉁퉁 퉁기며 평화로운 강을 바라보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이것이 바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임에 틀림없다.

호주 휴온빌_휴온 강에서 BBQ 만찬

 너무 더운 크리스마스 날에는 강에 들어가서 수영도 했다. 스노클링 장비를 가지고 물고기를 찾는다. 페들 보트도 탈 수 있다. 30분 AUD 20, 1시간 AUD 30인데 30분이면 충분하다. 페달을 굴러야 돼서 허벅지가 너무 아프다. 놀이를 원했는데 운동이 되었다. 또 다른 액티비티는 휴온 젯을 타는 것. 작은 보트에 약 10명 정도에 사람이 탑승해서 휴온 강 상류를 거슬러 올라간다. 소요 시간은 약 35분간이며 성인 AUD 80인데 뷰와 익사이팅을 둘 다 잡은 어트랙션이어서 보트에서 내리기가 싫다. 날씨가 환상이었던 그날의 휴온 강은 거울이고 창문이었다. 물이 매우 얕은 지점을 지날 때는 보트 바닥에 자갈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방향을 이리저리 전환하는 바람에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 들었다. 가장 재미있던 건 360도 급회전하여 물이 사방으로 튀고 그 바람에 얼굴과 옷이 졌었지만 너무 재밌다고 외치며 실컷 즐겼다.

호주 휴온빌_휴온 강에서 워터 자전거 타기

 마지막의 소확행은 휴온빌 맛집 투어. 휴온빌은 작은 마을로 식당 자체가 얼마 없는데 그 얼마 없는 식당들이 다 맛집이니 일단 시작부터 럭키. 세계 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지출을 지향하되 가끔 우리에게 상을 주고 싶을 때 외식을 했다. 우리에게 특별한 외출은 곧 외식이었다. 가장 좋아했던 곳은 ‘Stan's Pizza’. 일주일에 4일만 문을 여는 이 가게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한데 피자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어찌나 가볍고 신남이 뚝뚝 흐르는 지.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콧노래를 불렀고 텐션이 업이 되었다. 인생 피자가 휴온빌에 있었을 줄이야. 도우는 얇고 재료는 아끼지 않고 듬뿍 넣어주니 1차 감동이 몰려오고 한 입 베어 물면 미간에 주름이 잡히면서 화를 내지요. 너무 맛있어서. 그 후로 우리는 피자집 메뉴를 하나하나 도장깨기 하여 거의 모든 메뉴를 섭렵하게 되었다.

호주 휴온빌_인생 피자를 맛볼 수 있는 곳 (근데 사진을 왜 이렇게 못 찍었냐...)

 피자집 외에도 내가 사는 동네에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카페가 있었다. 커피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커피를 예찬하게 만드는 The Local. 그리고 하나만 시킨 게 너무 아쉬워서 두 개 시켜야 했다고 이불 킥하며 후회하게 만드는 데니쉬와 당근케이크가 있는 Summer Kitchen. 작은 동네 베이커리의 퀄리티는 어느 프랑스의 백 년이 넘은 베이커리에 뒤지지 않는 맛이었으며 빵을 먹으러 30분을 걸어가야 했지만 그 시간은 수고스러움이 아닌 어렸을 적 놀이동산 갈 때의 설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많이 그립네. 휴온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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