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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Jul 25. 2022

04. 해피 홀리데이

#2 타즈매니아 여행기

 호주는 7개의 주(state)로 구성되어 있다. 타즈매니아주는 호주 남부에 위치한 섬으로 자연환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우리는 타즈매니아 주에 속하는 호바트와 휴온빌이라는 도시에서 살았었다.


 연어 공장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여행 덕후의 본능이 스물스물 나왔다. 아!!! 여행 가고 싶어!!! 그러나 관광지로 가는 교통수단이 잘 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있다 하더라도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야 했고 이마저도 비수기에 운행하는 버스는 매우 적은 편이었다. 렌트를 하자니 운전 경험 제로. 우리의 운전면허는 장롱 속 켜켜이 묵혀놓은 신분증일 뿐이었다. 방법은 단 하나, 차 있는 여행 메이트를 구하는 수밖에.


 검트리 사이트에 우리를 소개하는 간단한 정보와 함께 여행 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캠핑 고수 마이크를 만나게 되었다. 그와 함께 우리의 타즈매니아 여행이 시작되었다.




삐래) [이다베이 레일웨이 Ida Bay Railway]


 입구에 도착했을 때 날씨가 좋지 않았다. 안개가 자욱하게 껴 있었고, 몸이 으슬으슬할 만큼 쌀쌀했다. 이곳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기대감이 제로였다. 마이크의 제안으로 꼬마 기차에 탑승은 했지만 여전히 반신반의했고 생각보다 비싼 비용에 구시렁거렸다. 그러나 출발 한 지 5분이 지나자마자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꼬마 기차는 신의 한 수였다.

 울창한 숲에서 뿜어 나오는 풀냄새,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큰 거목들 등 하나같이 가슴 뛰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빨간 꼬마 기차가 멈춘 곳에는 하얀 모래사장과 에메랄드 빛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다. 호주에서 많은 바다를 보았지만, 갑자기 생각지도 못하게 초록색 풍경에서 새파란 바다로 전환되니 더 특별하게 느껴진 것 같다.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감탄 ‘아 좋다. 예쁘다’를 머무는 내내 읊조렸다.

 나는 모든 상황에 감흥이 없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꼬마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이뽈은 사소한 모든 것들에 감탄하는 너는 절대 무딘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줬다. 이렇게 여행을 통해서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뽈) [프레이시넷 국립공원 Freycinet National Park]


 텐트를 치는 동안 다리가 모기로 인해 아작이 났다. 이제 여행 시작인데 집에 가고 싶었다. 내가 생각한 낭만 캠핑은 이게 아닌데. 다음 날 아침, 새벽 5시 기상. 뷰 포인트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일어났는데 그냥 자고 싶었다. 이게 휴가야?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게?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낼 태양을 기다리며 시리얼을 우유에 영혼 없이 말아먹었다. 눈은 감은 채고. 잠은 오지만 내 배꼽시계는 요란하게 울리더라.

 국립공원에 위치해있는 이름도 예쁜 프렌들리 비치(Friendly Beach)에서 여름 물놀이의 한을 풀었다. 나는 스노클링 장비를 하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을 보고 방언이 터졌다. 삐래 말로는 내가 비장하게 입수하더니 4만 가지의 의성어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의미 없는 소리만 내뱉길래 파도를 맞고 아픈 줄 알고 진심으로 걱정했다고. 로보카폴리 주제가를 부르며 나를 구하러 바다에 들어온 삐래는 해맑게 웃고 있는 내 모습에 당황했다고 한다.


 물놀이 끝은 역시 고기지. 그릴에 구워 먹는 고기 한 점에 ‘큭 이거지 이거지’. 얼마나 살아봤다고 세상 다 산 어른이 흉내.




삐래) [브루니 아일랜드 Bruny Island]


 타즈매니아 하면 딱 떠오르는 관광지는 브루니 아일랜드가 아닐까 싶다. 우리도 그랬으니까.


 브루니 아일랜드의 하이라이트! 유람선을 타고 돌고래와 물개를 보러 갔다. 이뽈은 돌고래 덕후라 돌고래 볼 생각에 한껏 기대하고 있었고, 나는 유람선을 탄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 들떠 있었다. 우리는 새빨간 우비를 입고 탑승! 유람선이 파도에 통통 튕겨 바다에서 급류 어트랙션을 타는 것 같았다. 파도에 배가 튕길 때마다 신이 난 우리는 날 것의 리액션을 온몸으로 날렸고 운전사가 우릴 향해 엄지 손가락을 세우며 화답했다.

 그대들이여, 야생 물개 떼의 냄새를 맡아본 적 있는가? 오 스멜! 상상 이상의 역한 냄새가 났다. 냄새 앞에서 장사 없다더니 우리는 이미 손으로 코를 막고 있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귀여웠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엄청난 크기에 징그러웠고 엉! 엉! 거리면서 수컷끼리 싸울 땐 진짜 무서웠다.


 이후에 해안 동굴과 가마우지 서식지도 구경했지만 이뽈의 관심사는 온니 돌고래뿐이었다. 하지만 덕후는 계를 못 탄다더니 결국 돌고래는 보지 못했다. 실망한 이뽈의 얼굴이 어찌나 안쓰러웠던지.




이뽈) [크레이들 산 Cradle Mt]


캠핑은 여러 번 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 날은 유독 바람이 심해서 텐트를 완성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고 폴대가 얼음장같이 차가워 손이 너무 아렸다. 게다가 바람을 막아 주는 나무나 덤불이 없어서 온몸을 덜덜 떨면서 잠을 잤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이렇게 몸소 체험할 필요가 있냐고요.

 크레이들 마운틴은 주말 여행지로 인기가 많다. 게다가 여행객 과몰입을 막고자 차량을 통제한다. 첫날 입장에 실패한 우리는 둘째 날 아침 일찍 도착해서 출입이 가능했다. 이곳에는 산책로가 다양하지만 우린 그중 가장 유명한데 난이도는 낮은 도브 호수 Dove Lake Circuit를 선택했다. 2-3시간 소요되는 이 산책 길은 입구부터 멋짐이란 게 폭발했다. 코발트블루의 호수 색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파도가 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간들. 나는 불멍보다 바다 보고 물 멍 때리는 걸 좋아하는데 여기서도 아무 생각 없이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오랜 시간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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