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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Jul 27. 2022

05. 사막에서 살아남기

#4 역지사지

삐래)

 엘리스에 도착하고 바로 리조트에서 하우스 키핑 일을 하게 되었다. 하우스 키핑이 굉장히 단순할 거란 나의 생각은 큰 착각이었다.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챙겨야 하는 기본 물품의 종류와 가짓수부터 상활별 사용해야 하는 청소 약품까지 외워야 하는 것 투성이었다. 


 새로운 일에 적응해야 하는 시간은 단 일주일. 이뽈이 나의 사수를 맡아 혹독하게 트레이닝을 하기 시작했다. 3일 차, 분명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꼭 하나씩 실수가 나왔다. 왜 내 눈으로는 안 보이고 이뽈 눈엔 보이는지. 반복되는 실수에 이뽈의 얼굴이 한계치가 온 듯 점점 일그러지면서 어두워져 갔다. 습관을 들이기 위해 한번에 트레일러에서 가져가야 할 물품을 외우라는 말 한마디에 속상했고 고작 3일 차 신입한테 많은 것을 바라는 것 같아 억울했다. 괜히 발걸음을 퉁퉁거리며 이뽈에게 화풀이를 해본다. 우리가 살면서 깨달은 것은 오해를 하지 않으려면 서로의 입장과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 우리는 매일 식사 후  속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친구가 누구보다 빨리 적응해서 일을 잘했으면 하는 마음은 백번 이해하지만 인간이란 게 본인 입장이 먼저 아닌가. 날 응원한다는 말에도 마음 한 구석에 섭섭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뽈의 스파르타 교육 덕분에 단시간에 슈퍼바이저에게 신뢰받는 하우스 키퍼가 되었다. 어느 날, 나에게도 버디가 생길 거라는 말을 들었다. 사수가 되기 전 날, 내가 가르친 친구가 잘해서 슈퍼바이저한테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그 친구가 못하면 내가 욕먹을 것 같은 걱정에 잠을 설쳤다. 

호주 엘리스 스프링스_이런 척박한 땅에서 의지할 곳은 서로뿐

 역시 사람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봐야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 사수가 되어보니 스파르타식의 트레이닝이 최적의 방식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친구 역시 신입 때의 나처럼 어려워했고 주눅이 들었다. 측은지심이 들었고 반복되는 실수에도 그럴 수 있다며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더 이상 참을 인을 세길 수가 없었고 버디에 대한 나의 말투와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뽈이 나한테 일을 가르쳐 줄 때 이런 마음이었을까? 이 순간 생각나는 이뽈의 표정. 거울 속 내 표정과 똑같았다. 


 며칠간의 트레이닝 후, 이뽈한테 폭풍 질문을 쏟아냈다. ‘나 버디를 이해하려 했는데, 안돼. 너무 답답해. 너도 그랬니? 너도 이 정도로 답답했어? 나 저 정도로 말귀를 못 알아들었어?’ 이뽈은 날 지그시 보더니 웃으며 멱살을 잡았다. “이제 알았냐?” 나는 머쓱하게 “미안, 나 이제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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