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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Jul 28. 2022

00. 발리 프롤로그

#2 테이스티 로드 in 꾸따

이뽈)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인생 맛집이 있다. 나는 그것을 2014년도에 발견했다. 바로 꾸따에서. 이곳이 없었다면 앞으로의 발리 여행에서 꾸따는 무조건 스킵이었을 것이다.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숯불 닭구이를 먹어본 적이 없다. 이건 숯불 닭구이 중의 최고일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음식 중에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이다.


 4년 전 서핑을 마치고 숙소로 복귀하다가 현지인이 우글우글 거리는 식당을 발견했다. 튀김 냄새와 숯불 구이 냄새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내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현지인들이 모두 나를 쳐다봤다. '딱 봐도 관광객인 네가 여길 왜?'라는 표정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닭요리는 어딜 가나 평타는 치니 먹어보기로 했다. ‘어머나, 이게 무슨 맛 이래?’ 그 자리에서 닭구이 한 접시를 추가로 시켰다. 그 뒤로 매일 이 집을 찾았다. 하루에 두 번 찾아가기도 했다. 원래 뭐 하나에 꽂힌다고 해서 한 음식만 고집하는 스타일은 절대 아닌데 이곳에서는 그랬다.


 닭튀김은 예상 가능한 맛인데 닭구이는 기대 이상, 상상 그 이상이었다. 닭구이에 발라진 소스는 매콤했고 인도네시아 음식이 틀림없지만 한식에서 먹어본 맛 같기도 했다. 음식의 국적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내 입에는 소울푸드인 것을. 밥에 샐러드까지 나오는데 한 접시에 천오백 원. ‘사장님이 미쳤어요’라는 문구는 이럴 때 쓰는 거 아닌가.


 가격은 4년 전과 비슷했고 여전히 손님은 많지만 외국인은 없었다. 영어가 통하지 않으니 손짓과 발짓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주문해야 했다. 손으로 파닥파닥 거리면 닭 날개, 내 다리를 가리키면 닭다리를 원하다는 뜻이었다. 아! 가게 이름은 ‘이부 스리 IBU SRI’. 다시 이곳을 방문할 때까지 사장님이 부디 건강하시길.

발리 꾸따_이뽈의 인생 맛집

 닭구이 반 정도를 먹으면 혓바닥이 매워온다. 하지만 걱정은 금물. 식당 바로 앞 리어카에서 생과일주스를 판다. 가격은 단돈 500원. 개인적으로 아보카도 주스와 수박 주스, 멜론 주스를 추천한다. 주스가 싫다면 식당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리어카에서 700원짜리 밀크티를 구매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문어 숯불구이 IDR 30,000 (2,400원)와 돼지고기 꼬치구이는 맥주를 부르는 맛이었다. 어쩜 그리 소스들이 맛있는지. 집집마다 소스가 조금씩 달라서 이곳저곳 옮겨 가며 먹는 재미가 있었다.


 삐래가 발리에 도착하기 전, 꾸따에서 매일매일 열심히 먹었다. 하루에 두 번의 식사를 했는데 먹플랜은 동일했다. 밀크티로 입가심을 한 뒤, 생과일주스 한 잔을 들고 발리 최고의 맛집에서 숯불 닭구이 두 그릇을 때린다.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산 뒤, 문어 숯불구이나 돼지고기 꼬치구이 집으로 가서 한 끼를 마무리한다. 양이 엄청 많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1인이 먹기 딱 적당한 양이다. 물론 나의 기준에선 말이다. 코스 요리 부럽지 않게 먹었지만 하루 식비가 1인 만 원도 안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먹거리는 하나의 스트리트에 있었다. 바로 ‘잘란 마타람 Jl. Mataram’. 나는 이곳을 ‘테이스티 로드 Tasty Road’라 불렀다.


 꾸따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나에겐 매직 아워보다 테이스티 로드에 있는 식당들의 영업시간이 더 중요했다. 삐래에게 꾸따를 가자고 한 이유는 단 하나, 이곳을 정말 소개해주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꾸따에 방문했을 때, 테이스티 로드의 핵심인 숯불 닭구이집이 1년 만에 한 번 갖는 정기휴가로 인해 문을 닫았다. 하고 많은 날 중에 우리가 함께 방문한 날이라니. 우리 삐래 먹을 복도 지지리 없다. 닭구이는 꼭 먹어봐야 하는데. 그렇게 우리가 다시 발리에 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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