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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Jul 29. 2022

01. 발리의 액티비티

#3 뚤람벤 TULAMBEN) 스쿠버 다이빙에 대한 엇갈린 반응

이뽈)

 내 인생 첫 다이빙은 호주 체험 다이빙이었다. 스쿠버다이빙의 성지이자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했으니 얼마나 환상적이었겠는가. 그 뒤로 태국 꼬따오에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의 첫 단계인 오픈워터를, 동티모르에서 어드벤스를 취득했다. 태평양, 인도양, 케리비안 해, 홍해까지 다양한 다이빙 스폿에서 돌고래, 상어, 가오리 등의 덩치 큰 해양동물부터 작아서 귀엽고 소중한 바다 친구들까지 두루두루 만났다. 이러다 보니 스쿠버다이빙에 대해 눈이 높아질 수밖에.


 뚤람벰은 난파선 다이빙으로 유명하다. 일본에 의해 침몰된 미국 배는 오랜 시간 동안 물고기들에게 보금자리가 되었고 다이버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 해안가에서 25m 정도 떨어져 있어 따로 보트를 타고 나가지 않는다. 해안가에서 장비를 차고 들어가는 숄 다이빙 Shore Diving이다. 그래서 가격이 1회 2만 5천 원으로 저렴했다.


 명성에 걸맞지 않게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수백 마리의 물고기 떼는 없었고 거북이도 만타 가오리도 없었다. 리프 상어나 고래상어 같은 큰 물고기도 볼 수 있다는데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큰 물고기는 다이버가 아닐는지. 물 반 고기 반이길 바랐는데 실상은 물 반 다이버 반. 난파선 주변에 두둥실 떠다니는 다이버들. 물고기를 보러 온 건지 다이버를 보러 온 건지. 뭐 이리 검은 인어 떼들이 많아? 검은 웻 슈트에 고글까지 끼고 있으니 이 사람이 저 사람 같아 다이버 강사를 잠깐 놓쳤다. 2m 크기의 험상궂은 자이언트 그루퍼를 둘러싼 다이버들. 우주에서 악당들이 타고 다닐 것 같은 비주얼의 그루퍼가 다이버들이 귀찮게 군다면 몸통 박치기를 할 것 같았다. 이곳에는 비수기도 평일도 없는 것 같았다. 다이버들을 피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했지만 눈치싸움에서 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사는 그 정도면 사람이 없는 거라고 했다. 뭐 그럼 할 말은 없네.




삐래)

 어렸을 때 수영을 배웠고 이뽈이 자신만의 세이프가드라 부를 정도로 잘하는 편이다. 물에서 몸 쓰는 것이 자유롭다 보니 물에서 하는 모든 놀이들은 재미있어했다. 발리 여행이 기대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뚤람벤에서의 스쿠버다이빙이었다.


 이뽈과 달리, 자격증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스쿠버다이빙 맛보기인 펀 다이빙뿐이었다. 아무리 체험형 일지라도 고위험 스포츠이기에 교육은 필수였다. 교육에 앞서 웻 슈트를 입고 산소통을 메니 드디어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게 실감이 나서 설레었다. 반대로  자신만만했지만 처음 도전하는 스포츠다 보니 약간 두렵기도 했다.


 가장 먼저 지상에서 수신호와 산소 체크하는 법을 배웠다. 수신호는 간단하지만 아주 중요하다. 물속에서는 의사소통이 불가하고 나의 상태를 수신호로 대신하기 때문에 철저히 외웠다. 그리고 수심이 낮은 바닷속에서 호흡하는 법과 압력 평형(이퀄라이징)을 배웠다. 호흡조절기를 통해 숨 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입으로만 숨을 쉬어야 했고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 쉬다 보면 입안이 바싹 말랐다. 게다가 마우스피스가 이와 잘 안 맞으면 물이 조금씩 들어오기도 했다. 신경 쓸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이퀄라이징은 기압 차로 귀 막힘 현상이 생겼을 때 해결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하자면 높은 곳에 올라가면 귀가 먹먹해지는 순간에 침을 삼키거나 코를 막고 숨을 귀로 내뱉어 뚫어주는 것이다. 나는 오른쪽 귀는 잘 뚫리는데 왼쪽은 그렇지 못했다. 막힌 귀는 징하게 아팠다. 코를 최대한 꽉 틀어막고 성공할 때까지 흥! 흥! 거릴 수밖에.

 낮은 수심에서도 언뜻언뜻 보이는 작은 물고기들. 인어공주가 작은 포크를 발견하면서부터 인간 세계를 궁금해했듯, 작은 물고기들이 물속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시켰다. 강사와 오케이 수신호를 주고받은 뒤, 물속으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갔다. 여기는 수심 12m. 의지할 곳이 산소통 하나뿐인 상황에 두려웠던 것도 잠시, 짠하고 아름다운 바닷속 세상이 나타났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백배는 더 좋았다. 바닷속에서 난파선을 보니, 타이타닉 영화가 생각났다. 어떤 이유로 배가 난파되었을까, 타이타닉 주인공인 로즈와 잭 같은 사랑 이야기도 있었을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난파선 곳곳에서 자란 오색 빛깔의 산호초와 알록달록한 물고기를 마주하자 귓속에서 들려오는 ‘언더 더 씨 Under the sea - 인어공주 OST’.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댔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니모와 도리에게 인사도 하고 수많은 물고기가 내 몸을 둘러싸니 꼭 내가 인어공주 한 장면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눈을 깜박이는 시간조차 아까워 감지 않으려 부단히 애썼던 것 같다. 다음에는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해서 더 깊은 바닷속을 탐험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다이빙을 마무리하고 수면 위로 천천히 이동하는데 무언가가 허벅지를 쏘고 간 듯 찌릿했다. 물밖로 나와 살펴보니 오른쪽 허벅지가 새빨갰다. 상처는 손바닥만 한 크기였고 점점 부풀어 오르더니 살짝만 건드려도 움찔할 정도로 쓰라렸다. 범인은 해파리. 병원 진료비와 처방약 값이 터무니없이 비싸 소장하고 있는 연고를 발랐지만 소용이 없었다. 상처는 점점 악화되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얼음 마사지로 열을 식히는 것 말고는 없었다. 아프면 서럽다더니 엄마가 절로 생각났다. 천만다행으로 서서히 붓기가 가라앉으면서 상처가 낫기 시작했다. 거뭇거뭇하게 상처 자리가 남았지만 첫 다이빙의 영광의 흔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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