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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Jul 30. 2022

01. 발리의 액티비티

#6 로비나 LOVINA) 현지인들의 핫스폿, 홀리 핫 스프링

삐래)

로비나에서 계획했던 일정이 얼추 마무리되고 딱히 할게 없어진 우린 뭐 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순위 여행지로 고려되지 않아 구석 어딘가에 꼬깃꼬깃 접어 두었던 홀리 핫 스프링을 이뽈이 별안간 제안했다. 할 일도 딱히 없고, 숙소에 있으면 뭐 하랴. 간단하게 세면 용품과 갈아입을 옷을 챙겨 숙소를 나섰다.


 이뽈이 잘 걸어가다가 느닷없이 멈춰 섰다. 그러더니 여기서 버스를 기다리면 된단다. 여긴 버스정류장도 아니고요, 버스 표지판도 없고요, 더군다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이런 곳에서 버스를 탄다고? 이뽈은 단호했다. 4년 전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온천에 갔다는 그녀의 말을 믿을 수밖에. 버스는 분명히 올 것이니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10분 정도 흘렀을 때쯤 허름해 보이는 회색 봉고차가 나타났고 이뽈은 택시를 잡듯이 손을 흔들었다. 이뽈의 수신호에 차가 우리 앞에 멈춰 섰다. 홀리 핫 스프링으로 데려다 줄 버스였다. 당황스러웠지만 태연하게 탑승하는 이뽈을 따라 몸을 실었다. 당황을 넘어 황당함. 땡그래진 내 눈을 보며 이뽈은 이것이 발리 스타일이라고 했다. 버스에서 내려 홀리 핫 스프링까지 30분 정도 걸어야 했다. 날이 꽤 더웠지만 6월의 발리는 그리 습하지 않아 걸을만했다.

발리 로비나_홀리 핫 스프링

 핫 스프링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들로 말이다. 현지인을 태운 관광버스가 온천 입구에 줄지어 있었다. 입장료는 Rp 20,000 (약 1,600원). 야자수와 잎사귀가 큰 나무들이 온천탕을 애워쌓다. 정글북의 배경처럼 말이다.


 복장 규제는 없지만 유황으로 인해 옷 색이 변할 수 있으니 수영복이나 어두운 색 혹은 버릴 옷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수심이 낮은 곳부터 깊은 곳까지 수영할 수 있는 공간도 있지만 우리는 수영하고 물장난 치기보다 뜨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지지며 그동안 쌓였던 여독을 푸는데 집중했다. 이제는 젊은이들이 열정적으로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지치지 않는 그들의 체력을 부러워하고, ‘아이고 체력 좋네, 좋을 때다’ 하며 나이 꽤나 드신 어르신 흉내를 내었다. 집에 갈 때쯤 되니 손발이 물에 불어 쪼글쪼글. 온천에 있는 유황은 다 끌어모았나 입었던 옷이 누렇게 변해 있었다. 온몸에서 유황 특유의 꼬릿한 냄새가 진동을 했지만 일요일 오전 목욕탕에 갔다가 바나나 우유 한 잔 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상쾌한 기분을 오랜만에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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