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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Jul 30. 2022

01. 발리의 액티비티

#5 로비나 LOVINA) 로컬 음식 요리교실

삐래)

 여행의 끝자락쯤, 삼시 세끼 내 입맛에 찰떡이었던 인도네시아 음식을 한국에서도 만들어 먹고 싶어 쿠킹클래스를 알아보았다. 우붓과는 달리 여행객이 많지 않은 로비나에서는 요리 수업을 찾기 어려웠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관광 안내소에 문의를 하였다. 직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본인의 집에서 무료로 요리를 가르쳐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현지인의 집에서 로컬 음식을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게다가 공짜. 망설이지 않고 긍정의 답을 전하자 그녀가 필요한 재료를 적은 종이 건네주었다. 모든 일은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다음 날, 시장에 들러 재료를 사서 그녀의 집으로 갔다. 우리가 만들 음식은 공심채 볶음, 닭고기 나시고랭(인도네시아 볶음밥), 땜빼볶음(발효시킨 콩을 뭉친 것)이었다. 공심채 혹은 모닝글로리로도 불리는 야채볶음은 여행 내내 꼭 곁들여 먹었던 밥도둑 요리였다. 우리에게 맡겨진 임무는 고추 빻기와 마늘 까기였다. 그녀가 나에게 준 것은 믹서기가 아닌 돌절구. 빻으면서 팔은 점점 아파오고 고추향때문에 콧물은 나고 눈물이 났다. 한참을 하다가 고개를 들으니 이뽈은 마늘을 까느냐 집중하는 입이 되어있었다. 귀여운 이뽈.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공심채를 볶는데, 요린이인 나는 여기저기 흘리며 온갖 양념을 가스레인지 위에 묻혀 당황했다. 당황한 사이 그녀가 쓰윽 나타나 이연복 셰프처럼 팬을 거침없이 휙휙 몇 번 돌리더니 요리 완성.


 닭고기 나시고랭을 위한 특별한 조리법은 없었다. 단지 금보다 비싸다는 향신료 샤프란을 넣는 것! 샤프란의 샛노란색이 밥알에 물들어 금빛을 띄는 밥이 되었다. 특유의 향이 나는 밥이라 거부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오히려 후각을 자극해서 식욕을 돋우었다.


 땜빼 복음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덩어리를 잘게 써는 것인데, 딱딱해서 칼이 잘 들지 않았다. 칼등을 눌러서 자르는데 손바닥이 너무 아팠다. 이건 이뽈이 볶았는데, 사방팔방 다 튀면서 볶던 나를 보았는지, 세상 이렇게 조신하게 볶을 수가 없다. 단 한 조각도 놓치지 않겠다는 스냅의 움직임.

발리 로비나_쿠킹 클래스

 특별할 것 없는 인도네시아식 집밥이었지만 스스로 현지 음식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었고 심지어 사 먹는 것보다 더 맛있어서 보람도 있었다. 역시 만국 공통 집밥은 맛있는 것인가.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도 모든 음식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그녀는 엄마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맙다고 전하며 훈훈하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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