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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Jul 31. 2022

02. 15년 지기 친구들의 첫 해외여행

#2 내 앞에는 만타가 내 옆에는 친구가

 만타 가오리,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길이 30-40cm의 가오리가 아니라 그것의 10배인 3~4m, 최대 5m까지 큰 가오리이다.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동물을 직접 보다니. 설렘을 가득 안고 만타 포인트로 가는 배에 올랐다. 모두들 신이 난 얼굴과 들뜬 목소리를 들으니 만타 투어를 한껏 기대한 것이 느껴졌다.


 만타가오리를 보러 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크고 작은 파도가 끊임없이 배를 공격했고 우리가 탄 배는 그 파도를 헤치고 앞으로 가야 하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작은 배였다. 파도의 울렁임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어렵사리 도착하여 구명조끼를 입고 물속으로 다 같이 풍덩. 수 십 마리의 만타가 손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여기저기 헤엄치고 있었다. 그 광경에 멀미란 단어는 사라진 지 오래.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상상인지 현실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신기했다. 엄청 난 크기에 압도되어 눈만 깜빡깜빡. 어느 정도였냐면, 만타 가오리가 지나가면서 만들어낸 그림자 때문에 주변이 캄캄해져 시야가 차단되자 공포심을 느끼곤 했다. 우리와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입을 뻐끔거리며 만타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친구들을 보니 웃음이 터졌다.

발리  누사 렘봉안_만타 가오리를 볼 수 있는 곳

 각자마다 투어를 즐기는 방법이 달랐다.


 A양은 일종의 디폴 트립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사진은 여행의 필수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데, 특이점은 인생 샷이 아닌 그저 기록을 위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같은 씬을 위해 두 번 셔터를 누르지 않는다. 한 번이면 끝. 그래서 여행할 때 기억이 안 나거나 기억 소환하고 싶을 땐 A양의 사진첩을 보면 될 정도. 역시나 그녀는 방수팩 안에 휴대폰을 넣고 입수. 손가락이 쉴 새 없었다. 만타 구경하랴 사진 찍으랴 굉장히 바빴다.


 Y양은 물을 무서워하여 물놀이 자체를 즐기지 않아 투어에 앞서 걱정이 되었다. 만타 보러 가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넘실 대는 파도에 그녀는 녹다운. 정신이 헤롱헤롱 해 보였다. 하지만 막상 입수를 하니 아주 즐겁게 투어를 즐기는 듯했다. 생전 처음 보는 생경한 풍경에 울렁거리는 속도 진정이 되었나 보다. 한 가지 간과했던 점은 남들보다 빨리 방전되는 그녀의 체력이었다. 각자가 한참을 만타 구경에 정신이 없었는데 Y양이 보이질 않았다. 온몸에 힘이 풀린 Y양이 해파리 마냥 바다 위를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서둘러 Y양 구출작전 돌입! 천신만고 끝에 Y양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녀의 눈망울에는 겁에 질림, 힘듦, 지침 등 온갖 감정이 담겨 그렁그렁했다. 오구 오구 힘들었어.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배에 올라오니, 다시 멀미가 도졌다.


 만타 포인트 다음은 스노클링 포인트였다. 가이드가 이런 일 원 데이 투데이 겪어본 것 아니라는 듯 해변에서 쉬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쏜살같이 손드는 Y양. 우리 중에 만타 투어를 가장 버거워했던 건 Y양인데, 만타 투어에 대한 만족도는 가장 높았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남편에게 메신저로 본인이 찍은 만타 동영상을 보내주며 자랑했다. 한국에 돌아가서는 지인들에게 만타와의 만남을 무용담처럼 늘어놓기도 했단다. 귀엽네, Y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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