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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Aug 02. 2022

02. 15년 지기 친구들의 첫 해외여행

#7 OUTRO) 먼 훗날에도 먼 미래에도 함께이길

 A양과 Y양의 발리를 떠나는 마지막 날, 짧은 여행이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가다니. 지냈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덤덤한 척했지만 같이 있는 내내 마냥 좋아서 아쉽고 벌써부터 보고 싶어졌다. 다시 못 보는 사람들도 아닌데, 안녕하며 손 흔드는 그녀들의 뒷모습에 왜 울컥하는지. 우리 둘 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뽈)

 열일곱에 만난 친구들과 서른한 살이 돼서야 첫 해외여행을 함께 했다. 4박 5일의 발리 여행 계획자는 ‘나’였다. 친구들과 해외여행은 쉽지 않았다. 내가 주도한 여행인 것 같아 부담감 팍팍. 첫날 만에 이뽈투어 파업 선언을 하고 싶었다.


 A양은 벌레를 참 싫어한다. 숙소의 청결 상태는 매우 중요하며 특히 화장실의 수압과 배수가 여행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하필 그녀가 묵는 더블룸에서 개미가 나왔고 화장실 문은 삐걱삐걱거리고 물이 잘 안 빠졌다. 숙소 예약을 한 내 잘못 같았다. 직원이 들어야 할 컴플레인을 내가 듣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요가하는 곳이 너무 멀어.’, ‘여기서 1박을 더 했어야 했는데. 아쉽다.’


 그들의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받았다.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수고로움이 부정당하는 것 같았다. 알아달라고 한 건 아니지만 여행 설계자인 나를 배려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냥 내가 비비 꼬아 생각하는 못난 친구였던 것뿐인데. 삐래는 의도 없는 말을 섭섭하게 받아들이고 티를 안 내려고 애쓰는 내가 안쓰러운지 내 어깨를 감싸주며 위로해 주었다.


 삐래의 로망은 비치 바에서 칵테일을 마셔보는 것이었고 니모랑 도리를 보는 것이었다. 친구의 버킷 리스트를 이뤄 주는 건 값진 일이지만 그때의 나는 전혀 즐기지 못하고 해야 할 일을 해낸 기분이었다. 나한테 막중한 책임감을 부여한 건 친구들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내가 나에게 너무 많은 일을 잘 해내라고 강요했고 그로 인해 피로해졌다. 만타 스노클링 투어를 할 때가 절정이었다. 스노클링 비기너 Y양을 챙겨야 했고 동영상 촬영을 담당하는 A양의 카메라를 넘겨받아 찍어 주기도 해야 했으며 만타 가오리도 찾아야 했고 가이드의 말을 통역해 줘야 했다.

발리 누사 렘봉안_정거트바투 비치

 아직까지도 나는 내가 바라는 큰 그릇의 사람은 아닌가 보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책임이 부담스러우면 어느 정도 내려놓는 그런 멋진 어른은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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